지난 2015년 6월 카메라 부품업체 픽셀플러스의 코스닥 상장에 주목한 김모씨(53)는 한달 만에 주가가 공모가(3만원) 밑으로 떨어진 이 주식에 쌈짓돈 5000만원을 투자했다. 상장 전에 꾸준히 흑자를 기록한데다 비교적 높은 청약 경쟁률(68대1)과 저렴한 공모가 까지 '3박자'를 갖춰 투자 매력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적중해온 공모주 투자 철학은 이번엔 빗나갔다. 가장 중요한 실적이 상장후 1년만에 적자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익 실현 기회를 놓친 그의 주식계좌 수익률은 지난 12일 현재 -45.6%다. 김씨는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자 마자 샀는데 그 이후로 제대로 오른 적 없이 쭉 떨어졌다"며 "실적을 믿지 못하는데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장 전까지 꾸준한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상장후 적자기업으로 돌변하는 사례가 속출하며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이들은 상장 때 우량한 실적표를 내놓으며 투자자를 유인하기 때문에 현재 적자 상태를 인정하고 향후 성장성을 제시하는 기업들과는 성격상 차별화된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성장성이 있다면 적자 기업이더라도 상장을 허용하는 일명 '테슬라 요건'이 도입됨에 따라 실적을 투자 잣대로 삼을 때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4개년(2012~2015년)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 신규상장(SPAC·상장폐지·기술특례상장 제외)한 168곳 중 35곳(21%)이 상장 이듬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장후 적자 기업 숫자는 매년 늘고 있다. 2012년 상장해 그 다음해인 2013년 적자를 기록한 기업은 6곳이었는데 2015년 상장사 63곳 중 작년 3분기 까지 적자를 기록한 곳은 11곳에 달한다.
상장후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한 곳도 많다. 메지온(동아팜텍)은 2012년 1월 상장후 단 한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2013년 25억원, 2014년 49억원, 2015년 27억원, 작년 3분기 까지 6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 중이다. 작년 주가는 17% 하락했다.
정보기술(IT) 부품업체 유테크는 2015년 6월 상장 전 매년 60억원씩 꼬박꼬박 영업이익이 나던 회사로 홍보됐으나 작년 3분기 현재 75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장 직후 1만6200원 까지 갔던 주가는 12일 현재 9790원으로 40%나 추락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익창출 능력이 퇴보한 상장사로 확대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조사 대상 168곳 중 상장 다음해에 영업이익이 반토막 이하로 내려간 곳은 모두 72곳으로 전체의 42.9%에 달했다. 이들은 대부분 주가가 부진했다. 반면 건축자재 기업 에스와이패널은 상장 직전인 2014년 90억원의 영업이익이 2015년 150억원, 작년 9월말 현재 80억원으로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모가 50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12일 3만4350원으로 공모가 대비 587%의 수익률이다.
기업공개(IPO)이후 실적 흐름이 주가와 직결된 셈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IPO 당시 거래소의 심사제도와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의 공모가 수준을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작년 12월6일 1만5000원에 상장한 신라젠의 12일 현재가는 1만2150원으로 한달여만에 19%나 빠졌다. 작년 NH투자증권이 신라젠의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1만7000원~2만500원으로 정해 거래소에 제출한 것을 감안하면 공모가 자체가 '뻥튀기'됐음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선 성장 위주 IPO 시장의 부실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통상 기업 가치는 최근 실적에 기존 유사업종 상장사의 주가수익비율(PER)를 적용하는데 일부 상장을 눈앞에 둔 기업과 이를 유치하려는 증권사가 현재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례 상장도 아닌데 미래 계약이나 수주 건을 당겨서 상장 직전 실적으로 잡아 공모가를 높이는 행태가 여전하다"며 "거래소는 증시에 많은 기업을 '데뷔'시키려다 보니 이같은 관행을 묵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거래소 IPO 수요 조사에 따르면 넷마블게임즈, 남동·동서발전, ING생명
[문일호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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