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외부감사인 지정 대상 기업을 상장사의 절반 이상으로 확대한 배경에는 분식회계 등 기업들의 회계부정 사건이 있다. 회계부정 사건은 허위 처리된 회계장부만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분식회계→투자자 피해'라는 악순환고리를 끊기 위해 외부감사인 선임제도에 메스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현행 자유선임제에 따라 기업이 마음대로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다보니 기업은 '갑'이고 외부감사인은 '을'이란 아이러니한 관계가 형성된다. 이는 기업과 외부감사인간 '짜고 치기 고스톱' 식 회계처리의 가능성을 높이는 원인이다.
◇ 선택지정제 도입해 상장사 50%로 감사인 지정 확대
우선 금융위는 현재 증권선물위원회가 직권으로 회계법인 한 곳을 감사인으로 지정하는 기업을 상장사의 10%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외부감사인을 직권 지정하는 사유에 ▲분식회계로 해임권고 받은 임원 채용 ▲ 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 내부고발자에 불이익 조치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분식회계에 취약한 요인이 있는 회사와 업종에는 '선택지정제'가 도입된다. 회사가 선택한 회계법인 3개 중 한 곳을 증선위가 지정하는 것이다. ▲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회사 ▲ 금융회사 ▲ 소유·경영 미분리▲ 잦은 최대주주 변경 등의 요건에 해당되는 회사들이 대상이다. 수주산업을 포함해 상장사의 40%가 선택지정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현 국장은 "다만 뉴욕, 런던 같은 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회계투명성이 보장되는 회사는 예외를 인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처럼 해외 예탁증서(DR)을 발행한 기업은 선택지정제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선택지정제는 법 개정 후 2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해, 연내 법이 시행될 경우 빠르면 2019년부터 적용된다. 최근 6년간(2013년~2018년) 자유선임이 종료되는 시점에 선택지정 대상인 기업은 3년간 감사인 지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200여곳, 금융회사 60여곳, 수주산업 160여곳, 소유·경영미분리 기업 180여곳 등이 빠르면 2019년 외부감사인을 강제 교체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23년 모든 상장사 내부회계관리 감사.. 내부고발 포상금 10억원
상장사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 감사도 강화된다. 자산총액 2조 이상 상장회사는 2018년 감사보고서부터 감사인으로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 의견을 받아야한다. 금융위는 2023년까지 전체 상장사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수주산업에만 적용되고 있는 핵심감사제(KAM)도 2023년까지 전체 상장사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회사의 내부 감사도 재무제표 작성에 대한 감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한다. 내부 감사는 회계부정을 발견하면 외부전문가를 선임해 조사·조치해야하며, 외부 감사인 선임 기준과 절차 등에 대해서도 주기적으로 공시해야한다. 회사의 회계부정을 고발한 내부자에는 최고 1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현행 포상금 상한 1억원에서 10배나 대폭 올린 것이다.
이 밖에도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를 막기 위해 표준 감사투입시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미달한 회사에 패널티를 부과할 예정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건설업종 외부감사인은 회사 규모에 따라 최소 950시간에서 최고 1만 2730시간을 감사에 투입해야한다.
분식회계가 발생한 회사와 감사에 대한 제재 수준도 높아진다. 회사와 감사인에 대한 과징금 부과 한도를 폐지하고, 내부 감사 개인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현행 5~7년 수준의 형벌은 10년 이하로 늘리고, 분식규모가 큰 경우는 유기징역 5년 이상 등 가중처벌을 하기로 했다. 김태현 국장은 "회계부정으로 적발되면 강하게 처벌된다는 인식을 갖게 해 분식회계 시도 자체를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 회계업계 "감사인 전면 지정" vs 상장사 "정상기업 감사 비용 커져"
정부가 구체적인 회계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실제 입법화돼 실행되기까지는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정제 확대를 두고 상장사와 회계법인 측이 여전히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다 국회에는 정부안과 다른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있기 때문이다.
상장사들은 전면 지정제가 도입되지 않은 데 안심하면서도 선택지정제로 기업들의 감사 부담이 현재보다 훨씬 커질 것을 우려한다. 상장사 관계자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들은 이미 전문적인 회계인력을 갖추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대기업이란 이유로 외부감사인을 교체해야해 부담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은 비감사용역이 크게 제한되고 감사인 등록제가 시행돼 영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송재현 중소회계법인협의회장은 "영세한 회계법인에 등록제는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며 "현재 기준으로 지정제를 확대 적용하면 대형 회계법인에 일감을 몰아주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모든 기업에 외부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상장사의 50% 수준이면 상당히 진전된 수준"이라면서도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회계부정은 어느 기업에서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기업이 혼합선임제(6년 자유선임, 3년 지정감사)를 통해 감사인 지정을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전면 지정제와 최저보수규정이 도입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정부가 지정제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만큼 구체적인
정부는 2월 공청회를 열어 이같은 의견을 수렴해 최종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태현 국장은 "회계제도 개편과 관련해 정부 입장이 관철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가겠다"며 "빠른 시일에 입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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