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단행된 새 정부의 첫 검찰 고위급 인사와 관련해 검찰 간부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잇따라 사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고검장 승진이 좌절된 이승구 서울동부지검장과 안종택 서울북부지검장, 이동기 수원지검장이 옷을 벗은데 이어 이상도 검사장과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검장 승진 대상이었던 사법 연수원 10기 가운데 한 명만 승진을 했으며, 박 차장 검사는 2002년 이명박 서울 시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습니다.
검찰 내에서는 'TK 독식 인사'와 '보복성 인사'라는 말이 돌 정도 인사 후유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 연수원 10기는 6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한 이번 인사에서 동기 가운데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고교(경북고) 후배인 김태현 부산지검장 1명만 법무연수원장으로 발탁됐을 뿐 후배인 11기 3명과 12기 2명이 고검장을 달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를 단행한 뒤에도 후폭풍이 일부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보호국장에서 서울서부지검장으로 발령 난 이상도 검사장(12기)과 대전고검 차장으로 옮겨가게 된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13기)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장검사는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의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불법 정치자금 '쪼개기 후원'과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및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늑장 수사 의혹 등을 깔끔하게 처리해 대검 공안부장 물망에 올랐으나 고검 차장으로 오히려 밀려났다.
이에 대해 박 차장검사가 2002년 서울지검 공안1부장 때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불법 홍보물 대량 배포, 저서 기부 등의 혐의(선거법 위반)로 이명박 당시 시장을 불구속기소한데 따른 불이익을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박 차장검사는 당시 이 시장이 선거운동원 신모씨 등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홍보물을 9만1천명에게 배포하고 저서 7천700권을 한나라당 서울시내 지구당과 소망교회 등에 기부한 혐의로 6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 시장이 계속 불응한데다 공소시효가 다가오자 기소했었다.
박 차장검사가 그만두면 지난해 제이유 사건에 가족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구설에 오른 뒤 무혐의 처분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자 사표를 낸 김영철 차장검사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1차장이 연속으로 옷을 벗는 사례가 된다.
그와 함께 새 정부 관계자나 새 집권세력 정치인 등과 '악연'이 있는 몇몇 간부들도 이번 인사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며 당사자들 중 일부는 사퇴를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장급 등 중견 검사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잇따라 검찰을 떠나고 있다.
윤진원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이 이미 최근 명예퇴직한 뒤 SK그룹 법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곧 단행될 부장급 인사를 앞두고 한견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과 이제영 첨단범죄수사부장도 사표를 낸 상태이다.
이들은 모두 대기업의 가격 담합이나 지적재산권 보호, 주가조작, 탈세, 첨단기술 유출 등의 수사를 담당하는 전문가 그룹으로, 검찰 내에서도 "안타까운 현상으로 능력있는 검사들을 잡아두려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동정과 함께 "가장 좋은 보직에서 몸값을 올려 변호사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자 11명 중 3명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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