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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 앱(왼쪽)과 직방 매물 서비스 화면에 같은 매물이 올라가 있다. 확인 결과 매물을 올릴 중개업소는 직방과 매물 제공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매경DB] |
온라인이나 모바일 부동산 매물 서비스에 수요자들을 유인할 목적으로 게시하는 허위매물이 여전히 횡행하는 가운데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직방이 포털사이트 내 부동산 유료 회원사의 매물을 무단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고 있다.
2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원룸임대매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해왔던 직방은 올해부터 기존 영세한 부동산정보 전문 사이트들의 주력 분야인 아파트매물 정보로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네이버나 카카오 웹사이트에 등록된 해당 정보업체 매물들을 사전 승인 없이 자사의 웹 사이트나 모바일에 서비스했다.
이같은 매물 무단 사용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직방·다방·방콜 등 3개 모바일 부동산 중개 서비스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드러났다. 공정위가 지난 14일 이들 3개 모바일 부동산 중개 서비스 사업자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 관계자는 "회원사들로부터 '직방에 광고 한 적이 없는데, 우리 업소의 매물과 연락처가 직방에 나오고 있다'는 항의성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면서 "확인 결과, 직방이 전국 각지의 회원사들이 네이버나 카카오에 올리는 매물 상당수를 도용하고 있어 협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매물 무단 사용이 자칫 법적분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본사가 직접 매물 회원을 모집하는 다음 부동산은 차지하더라도 네이버 부동산의 경우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매경부동산, 부동산써브 등 4개의 CP(Contents Provider, 정보제공업체)사가 유료 회원을 모집해 매물을 등록하는 만큼 이들과의 저작권 또는 재산권을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4년부터 부동산 전문 정보서비스업체와의 상생을 이유로 '네이버 부동산'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있다.
이들 업체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 위반이라며 직방의 자사 매물 무단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아직까지 법적 대응은 검토는 하고 있지 않지만, 이같은 행위가 지속될 경우 CP사들과 협의해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불공정 약관 조사에 대한 시정 권고로 앞으로 직방·다방·방콜 등 부동산중개 앱 사업자는 게시판에서 허위 부동산 매물을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 그동안 이들 업체는 약관을 통해 개별 회원이 앱에 등록한 매물 정보의 정확성과 적법성에 대해 앱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회피해 왔다. 공정위는 이런 조항 때문에 허위 매물이 활개를 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업체들은 그동안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도 중단 이유를 불문하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회원이 작성한 게시물의 저작권도 자사가 가져갔고, 회원이 등록한 매물정보를 다른 인터넷 사이트나 제3자에게 마음대로 제공했다. 회사 정책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다는 이유로 아이디 삭제, 이용 중지 등의 행위도 마음대로 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공정위의 약관 시정 권고에 따라 '신고받은 허위 매물 정보는 관리자가 삭제하고 회원이 등록한 정보라도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라 피해가 발생했다면 책임을 부담한다'고 약관을 변경하고, 업체 측의 고의 또는 과실로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면 업체가 책임을 지게 됐다. 특히 유료서비스는 중단 시 이용대금을 돌려주거나 서비스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으로 약관을 바꿨다.
이와 함께 회원이 작성한 게시물의 저작권도 회원에게 귀속되며, 회원의 동의 없이는 회원이 등록한 매물 정보를 다른 인터넷 사이트 등에 제공할 수 없게 됐다. 회원에게 통지 없이 업체 측이 서비스 제한 조치를 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행위도 불가능해졌다.
허위 매물 외에 무차별 '호객행위'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좋은 매물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내놓고 손님이 '미끼'를 물면 '방이 방금 나갔다'며 다른 물건을 소개하는 '허위(미끼) 매물' 외에 이용자의 전화번호를 확보한 부동산 업체들이 방을 보고 간 이용자에게 수시로 광고성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거는 '2차 호객행위'가 그것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런 마구잡이식 영업이 벌어지는 이유로 비싼 중개앱 광고 수수료를 꼽았다.
부동산 중개앱은 부동산 중개인들에게 매물을 올릴 공간을 제공하고 광고비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중개인들은 매월 광고비를 내고 최소 10개의 매물을 등록할 공간을 받는데,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서
한 중개앱 업체 관계자는 "스팸성 문자나 전화는 사실상 우리의 통제 밖"이라며 "소비자 전화번호를 알아야 중개인이 바로 매물을 소개해줄 수 있어 고객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 건 구조상 어렵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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