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숨가쁘게 돌아간 정치권의 하루였습니다.
정치권 출입하는 강상구 기자와 함께 오늘 상황 정리해보겠습니다.
- 일단 오늘 아침 손학규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하루를 예고했죠?
= 솔직히 하루 이틀 더 있다, 공천이 좀더 진행된 뒤에 할 줄 알았다.
민주당이 밝히는 이유는 대표가 먼저 지역을 결정하고, 나머지 지역을 공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속내는 좀더 복잡해 보인다.
지금 민주당 공천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내부적으로 옛 민주당 계열과 옛 열린우리당 계열의 대립이 직접적인 이유인데, 이런 지체 양상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던 '공천혁명'에 브레이크가 걸려 있다.
오늘 손 대표의 자기희생적 또는 살신성인격의 출마선언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민주당 공천혁명에 묶어둔다는 대외적 의미, 박상천 대표와 강금실 최고위원의 출마를 압박하는 대내적 효과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 정동영 전 장관도 동작을 출마를 결정했는데?
= 서울 북부를 손 대표가, 남부를 정 전 장관이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 전 장관의 동작을 출마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종로는 이른바 정치1번지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동작은 남부지역의 대표지역이라고 꼽기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그래서 기존부터 동작을에서 활동하던 당내 예비후보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데, "기왕 남부벨트를 책임지겠다면 강남에 출마하는게 맞다"는 지적이다.
- 두 사람의 서울출마에 대비해서 한나라당은 해당 지역의 공천까지 미루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정작 출마 선언이 나오니까 기존 지역구 의원인 박진 의원 공천을 확정받았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손대표의 출마선언 이후에 한나라당에서는 많은 말들, 또 많은 이름들이 오르내렸습니다.
손대표가 서울의 심장부에서 바람을 일으키면 총선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만큼 맞춤형 대항마를 내놔야 하는거 아니냐는 얘기였다.
이 과정에서 울산이 지역구인 정몽준 의원 얘기도 나왔고, 유력한 정치신인(홍정욱)으로 맞불을 놓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오후들어 공천심사위원회는 현역 지역구 의원인 박진 의원을 확정했다.
물론 박진 의원을 탈락시키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손 대표 출마선언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밖에도 송파병에 공천 신청을 냈다가 파열음의 한 중간에 섰던 나경원 의원을 중구에 전략공천했습니다.
- 나경원 의원으로서는 뜻이 꺾인 셈이 됐군요.
한나라당은 오늘 그렇게 단 2곳만 공천을 한 거죠?
=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 10일 공천을 마무리지었어야 한다.
그러나 공천 일정은 자꾸만 늦춰지고 있다.
'화약고'로 불리는 영남 공천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일단 내일은 영남 심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인데, 그 역시도 내일이 돼 봐야 알듯 하다.
- 오늘 오전 한때 50% 물갈이에 박근혜 전 대표측도 합의했다는 보도가 화제였는데요.
= 그 보도 때문에 오늘 한나라당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박근혜 대표는 오랜 침묵을 깨고 스스로 기자들 앞에 나서서 "이런 술수까지 난무하는 현실에 기가 막히고 분노를 느낀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방호 사무총장이 진실을 밝히라고 공을 넘겼는데, 이 총장도 바로 공을 넘겨 받았다.
그런 합의 한 적 없다는 것이다.
결국 보도는 실체도 없고, 사실 확인도 안됐지만, 이를 계기로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은 분명히 드러나게 됐다.
- 무엇이 박 전 대표를 이토록 분노하게 했을까요?
=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만, 국회 주변에는 이른바 살생부라는게 나돌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버전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본 것은 25명 안팎의 이름이 종이에 인쇄돼 있었고, 여기에 손을 쓴 이름이 10여명 정도 추가돼 있었다.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탈락한 현역들이 그 안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꽤 관심을 갖게 하는 문건인데,
문제는 그 안에 이른바 친박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친박의 핵심이라고 하는 김무성, 유승민, 이혜훈 의원을 제외한 영남의 친박 인사들 다수가 포함돼 있다.
영남 공천을 앞두고 박 전 대표가 당 지도부에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 살생부에 있는 이름들 중에 이른바 친이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의 때이른 계파싸움이 주목받는다.
예전에는 친이 대 친박의 구도였다면, 이제는 친이 중에서도 이재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나경원 의원의 공천을 둘러싸고 파행을 겪고 있는 지난 며칠동안의 공천심사위원회 모습이다.
내일부터 시작한다는 영남 공천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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