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낡은 도심부터 재생하라 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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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일본 도쿄역 모습. [박인혜 기자] |
특히 구역사의 경우 건물의 건축양식 등이 거의 같은 건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흡사하다. 지금 서울역 구역사는 일제강점기였던 1925년 준공됐고, 도쿄역은 이보다 10여 년 앞선 1914년 지어졌으니 비슷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주변 환경도 비슷하다. 우리의 광화문과 서울역이 가까운 것처럼, 도쿄 역시 광화문처럼 업무중심지구 역할을 하는 마루노우치가 서울역과 인접해 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수도로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는 이들 역 주변의 개발과 재생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가본 도쿄역은 밤과 낮, 주중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사람이 북적댔다. 구역사를 보존하면서도 깔끔하게 주변을 정비해 놓고, 양옆으로는 마루노우치트러스트타워와 퍼시픽센트리플레이스 등 첨단 초고층 빌딩이 건립돼 있다. 두 빌딩에는 일본 굴지의 대기업과 금융회사, 글로벌 기업 아시아본부 등이 입주해 있다. 포시즌스, 샹그릴라와 같은 외자계 호텔체인도 들어왔다. 이들 호텔은 하루 숙박비가 50만원을 넘는 초고가임에도 공실이 거의 없다.
특히 도쿄역 구역사에 자리 잡은 최고급 호텔인 '도쿄스테이션호텔'은 숙박을 원하는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들뿐 아니라 도쿄 시민들의 핫플레이스이기도 하다. 서울 청담동의 고급 카페를 연상시키는 호텔 내 카페는 업무 모임을 하는 비즈니스맨, 일부러 이곳을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
도쿄역은 또 식도락과 쇼핑의 천국이다. 도쿄역 안에 있는 상업공간을 의미하는 '에키나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발전 중이다. 간단한 도시락 메뉴를 판매하는 가게에서부터 일본의 각 지역별 특산물과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 줄 서서 먹는 맛집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간단히 끼니를 때울 만한 음식점 몇 곳과 프랜차이즈 가게, 그리고 롯데마트가 사실상 소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의 전부인 서울역과는 완전히 다르다.
도쿄역과 인근 주변이 함께 발전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도쿄역 주변은 사방에 고층 빌딩이다. 정문 방향으로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의 '도시재생특별법'으로 재탄생한 마루노우치 지역의 마루노우치빌딩, 신마루노우치빌딩, 중앙우체국 빌딩인 'KITTE' 등이 에워싸고 있고, 동부 역세권인 야에스 지역에선 화려한 외관의 그랑도쿄가 조망되고, 대형 타워크레인이 끝도 없이 올라가는 등 고층 빌딩숲 공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초고층 대형 빌딩을 짓지만 그 속에서 재생의 가치는 놓치지 않고 있다. 고층부는 오피스로 쓰더라도, 저층부는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빌딩 사이사이에 녹지를 확보하고 공원화해 걷고 싶은 도심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
[기획취재팀 = 박인혜(팀장) / 정순우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