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건설업계는 큰 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기업들의 의욕을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 공급 축소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일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책에 대해 "청약규제 등 실수요자를 위한 대책은 대체로 바람직하지만 공급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를 투기수요만 잡는다고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대책 때문에 시장이 냉각되면 건설사들은 분양을 안 하게 되고 이렇게 공급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기존 주택의 가격이 올라가 오히려 양극화만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이번 대책이 재건축·재개발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가 심해지면 기업들은 그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수익성이 높은 일부 단지는 경쟁이 치열한 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재건축·재개발은 속도를 내기 어려워진다. 서울, 과천시 등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사실상 새로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어 신규 주택 대부분이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만큼 정비사업이 원활해야 공급도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10대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 규제로 재건축·재개발을 수주하려는 기업들은 초기 검토 단계부터 신중해지고 단지별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가 워낙 강력해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 의지마저 꺾는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에서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이나 공적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데 신혼부부 모두 임대주택에서 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다수 실수요자들이 100% 자력으로 집을 살 만큼의 현금은 없는 상황인데 대책까지 더해지면서 과연 무주택자들이 용기를 내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고 할지 의
한 중견건설사 대표는 "건설사도 국가 경제의 일부를 담당하는 기업인데 현 정부에서는 마치 투기를 조장하는 업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건설사 사기가 꺾이면 국민들을 위해 살기 좋은 집을 만들려는 의지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