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를 포함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내년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인하되는 만큼 이를 기존 대출자에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입장과 업계가 갈등을 빚는 것인데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소급 적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터라 외국계 주주가 있는 일부 저축은행 경영진은 이를 시행할 경우 배임으로 고발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위권 대형 저축은행들은 최고금리 인하분을 소급적용할 경우 손실이 최소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사 관계자는 "앞서 연 34.9%에서 27.9%로 최고금리가 인하될 당시 소급 적용을 하면 300억원 가량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이를 감안하면 상위 5개 저축은행에서 이번 소급 적용을 받아들일 경우 최소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가 보유한 금리 연 24% 이상 대출은 15조9986억원 규모로 대출자는 308만2376명이다. 이는 대부업체 상위 20개 및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탈, 저축은행 기준이다. 이들은 대환 등 갈아타기를 하지 않을 경우 이자부담 경감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고금리 인하가) 기존 대출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 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2금융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 효력이 내년 1월부터 발생하는 만큼 이 시점 이후 체결되는 대출은 금리인하 혜택을 볼 수 있지만 그 이전 체결된 계약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실제 금리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업계에 협조를 피력하는 이유다.
가장 크게 반발하는 곳은 대부업계다. 상당수 대출이 법정 최고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금리인하를 소급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가뜩이나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 감소에 직면해 폐업까지 속출하는 상황에서 소급 적용은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대부업체 수는 그동안 최고금리 인하로 2007년 1만8197개에서 지난해 8654개로 50% 이상 감소했다.
저축은행도 소급 적용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7월 모아 등 인천을 비롯한 지방권 저축은행 일부가 저축은행중앙회 중재로 최고금리 인하분을 기존 대출에 소급 적용하기로 했으나 이번에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SBI, OK, HK, 웰컴, JT친애 등 대형사도 소급 적용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광고와 대손충당금 규제 등 영업환경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해관계에 직면하고 있는 이들 업권은 겉으로는 완강한 입장이나 속으로는 향후 금융당국의 '보복성' 조치로 홍역을 치르
업권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로 지탄을 받는 업계가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금리인하에 난색을 보이기가 부담스럽지만 현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나 몰라라 했다가 금융당국에 미운털이 박힐 수 있어 걱정이 많은 게 업계 분위기"라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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