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100일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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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100일을 기념해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개최한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 = 금융감독원] |
최 원장은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냐"면서 "금감원에 오기 전에 내가 여기에 올 거라고 생각했겠느냐"고 이같이 말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과 KB금융에 대한 검사는 검사 일정이 미리 정해져 있었던 것이고 그것에 따라서 한 것"이라며 "통상 감독기관이 해야 할 의무이고 안 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 전에 지적했던 사안들이 안 지켜지고 있었고 그걸 다시 지적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포함되면서도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 참여한 반면, 일부 사외이사는 회추위에서 배제된 점 등이 금감원 검사 결과 드러나면서 지난 14일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같은 날 KB금융 역시 CEO 후보군에 포함됐거나 포함이 유력한 이사 등이 후보군을 선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경영유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후 윤종남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금융당국의 지침대로 김정태 회장을 회추위에서 원천 제외하는 안건을 22일 이사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감독당국이 요구하는 사항들을 기본적으로 모두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인데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의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최 원장은 "어떡하겠냐"며 웃어넘겼다.
다만 최 원장은 지난 18일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등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김정태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조사해달라고 하나금융 노조 측이 요청서를 금감원에 낸 데 대해선 "안 볼 수는 없다"고 답해 곧 조사에 착수할 것임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내년 초 주요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와 경영 승계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개선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 자체적인 CEO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다양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CEO 후보군 압축 시 구체적·객관적인 절차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흥식 원장은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상시검사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 원장은 "이미 제도상 상시감시가 가능하고 은행당 2~3명 정도를 파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4대 은행 위주로 상시검사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관계자들이 수시로 금감원에 다녀가는데 행정 비효율을 초래한다"며 "리포트 형식이 아닌 실시간 검사로 은행과 금감원 간 신뢰 관계가 구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에 대해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고, 화폐로도 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개입하지는 못하지만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정해줬다. 그래서 거래가 폭주했는데 사람들이 공인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우린 이런 도박판을 공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카드·캐피털 등 여신 전문 금융회사의 표준약관을 정비해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강화하고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표준약관의 주요 정비 방향은 △카드 포인트의 자동화기기(ATM) 출금과 자투리 포인트 사용 촉진 △금리 인하 요구권에 대한 소비자 안내 강화 △카드사의 불합리한 해외서비스수
최 원장은 금융회사의 '민원 이상징후 조기 포착 시스템'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지난달 간담회 때만 해도 막막한 심정이었는데 금융감독 3대 혁신 방안과 조직개편 방안이 마련돼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 노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