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투자협회장에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이 선출됐다. 금융투자협회는 25일 오후 3시 여의도 금투센터 3층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241개 정회원사 투표 결과 이같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이날 전체 회원사 가운데 68.1%의 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바로 회장에 선출됐다. 같이 선거전을 치른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24.1%,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은 7.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권 사장은 이날 당선을 확정지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3년간 규제 완화와 세제 선진화에 몰두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은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자본시장의 선진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힘쓰겠다"며 "자본시장 선진화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갖고 세제 개편에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권 사장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경험과 위기 돌파 능력이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이끌어가는 리더 가운데 시장과 규제당국의 관계를 가장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공직 생활 15년에 민간기업 20년 경력, 정보기술(IT)과 금융을 넘나드는 업력은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다. 그만큼 그는 3년 임기의 금융투자협회장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현실적으로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앞으로 뭘 해주겠다는 공약 남발보다는 현실적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권 사장은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자본시장의 대응을 협회가 주도하겠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개발 분야는 금융투자업에서 해나가기엔 투자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정부부처에 알리고 지원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형 증권사에 대해서는 글로벌 강자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규제를 선진화하고 박수치며 응원해주는 환경을 만들고,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사와의 경쟁 압박감을 덜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통상산업부에서 15년간 공직 생활을 하다가 2000년 벤처 붐과 함께 비즈니스에 뛰어든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후 다우기술 부사장에서 시작해 다우엑실리콘, 인큐브테크,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다우그룹의 계열사 경영진을 두루 거친 후 2009년부터 키움증권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왔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로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였지만 소형사인 키움증권을 9년 만에 7개 자회사를 거느린 중형 증권사로 키웠다.
그는 본인의 최대 강점으로 '위기관리 능력'을 꼽을 정도로 위기에 강한 인물이다. 2000년 벤처 비즈니스에 뛰어들자마자 벤처 거품이 걷히면서 업계의 몰락에서도 살아남았고 2009년에는 키움으로 오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또 한 차례 위기의 파고를 넘겼다는 것.
권 사장은 "항상 위기 때는 위기뿐만 아니라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서 넘겨왔다"며 "지금 금융투자업계가 4차 산업혁명 파고와 금융투자업계 발전을 억제하는 촘촘한 규제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는 또 다른 기회가
자산운용업계 발전 방안과 관련해 그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현재가 기회라고 보고 있다. 그는 "지금 부동산에만 치우친 국민의 노후가 한계에 부딪힌 상태"라며 "노후 대비가 안 된 국민의 재산 증대에 대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게 바로 금융투자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