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엘리엇, 현대차 공격…과거 행동주의펀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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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에는 영국계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지분 14.99%를 전격 매입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후 최태원 회장 퇴진을 비롯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거세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SK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다. 2년3개월 후 소버린은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당시 8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힘든 싸움이었지만 결과적으로 SK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과 배당 확대 등을 통해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2004년 삼성물산 지분 5%를 매입해 적대적 인수·합병(M&A)설까지 퍼졌던 영국 헤르메스도 8개월 만에 380억원의 차익을 남기고 발을 뺐다.
당시 헤르메스는 우선주 소각을 공개 요구했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헤르메스에 가세하자 삼성그룹은 삼성SDI를 앞세워 지분을 늘리면서 맞대응했다. 헤르메스는 M&A설 유포 등 불공정거래 혐의로 조사까지 받았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분쟁을 계기로 삼성물산은 영국 런던 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하기도 했다.
KT&G는 2006년 기업 사냥꾼이란 별명을 가진 칼 아이칸의 공격을 받았다. 칼 아이칸은 스틸파트너스와 함께 자회사 매각 등을 요구했다. KT&G가 일부 요구에 응하면서 주가가 오르자 약 1500억원을 벌고 떠났다.
이번에 현대자동차그룹을 공략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2015년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공개 반대한 전례가 있다. 사건이 벌어진 당일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나란히 5% 안팎 상승했다. 이어 2016년 10월에는 자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지분 0.62%를 사들인 뒤 분사와 30조원의 특별배당 등을 요구한 전력이 있다. 당시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4.4% 상승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엘리엇의 영향도 없지 않았다.
이들 행동주의 펀드들은 장기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면서 배당 수익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단기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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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싱어 엘리엇 회장 |
일단 이날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차(2.96%), 기아차(2.52%), 현대모비스(3.52%), 현대글로비스(3.01%) 등 계열사 주가가 나란히 3% 안팎 올랐다. 다만 장 초반 현대모비스가 5% 이상 급등했던 것에 비하면 상승 폭이 오후 들어 줄었다.
엘리엇은 오는 5월 29일 현대모비스 분할을 결정할 주주총회 때까지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리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2016년 9월 28만8000원이 고점이었고 이날 종가는 26만4500원이었다.
다만 삼성물산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것과는 달리 현대차그룹과의 전면전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보다 주주친화 정책을 추가로 요구하면서 주가 부양에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엘리엇은 소송과 여론전에 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도 주주총회 소집 통지 및 결의 금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제기한 전력이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지난해 큰 재미를 못 봤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지수 수익률이 워낙 높다 보니 행동주의 펀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최근에는 연간 10%대 중반 수익을 노리고 있을 정도다. 이들 펀드가 이 정도 수익을 올리려면 기업을 공격할 때 드는 법률비용 등 각종 비용을 고려해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해 빠져나갈 때까지 주가가 최소한 30~40% 정도는 올라줘야 한다. 그만큼 주가를 띄우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엘리엇은 지난주 미국의 여행업체 트래블포트 월드와이드 지분 12%를 소유했다는 사실을 공시하면서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달 27일 엘리엇의 공시가 나오자마자 트래블포트의 주가는 하루 만에 10.3% 급등할 정도였다.
행동주의 펀드 전문리서치 기관인 액티비스트인사이트에 따르면
[신헌철 기자 /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