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개월 연속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은은 작년 11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6년 5개월만에 인상한 바 있다.
한은의 이날 결정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 가속화 가능성 등이 부각되며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을 부추기고 있지만, 대외 무역전쟁 우려가 지속되고 국내 소비자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더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발 무역분쟁이 글로벌 경기의 리스크 요인으로 대두된 가운데, 작년 중반 이후 꾸준히 하락해온 청년층 취업자수와 이에 따른 정부의 청년 일자리 추경 등과 같은 대내 정책적 요인이 부각되고 있다"며 "국내 인플레이션 부진 가능성도 기준금리 인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종합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 중 89.0%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를 보면 한국 경제는 수출 호조와 투자 증가에 생산·소비의 반등까지 나타나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2월 수출은 설 이동에 따른 조업일 감소에도 세계 경제 개선에 따른 반도체 등 주력품목 호조에 따라 1년 전보다 4.0% 증가하며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 자동차 판매감소에 따른 기저효과,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관련 가전제품 판매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1.7% 증가했다.
지난 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상승해 감소세였던 전달(-0.5%)에서 큰 폭의 반등에 성공했다.
1월 취업자 증가 폭은 전년 동월 대비 33만4000명으로 4개월 만에 증가폭 30만명대를 회복했다.
다만 2월 소비자물가는 한파에 따른 채소류 가격 상승 등으로 1년 전보다 1.4% 상승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한국과 미국의 정책 금리가 역전됐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역전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아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이외에 미·중 무역전쟁이나 미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등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변수들로 꼽힌다. 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의 빅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어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이 총재가 이런 변수들의 영향을 어떻게 평가할지 또한 시장의 관심거리다.
시장은 이번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보다는 '소수의견 여부'와 '경제성장률·물가 조정여부'에 더 주목하고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금리가 동결된다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겠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 1월에 발표했던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3.0%)와 물가상승률 전망치(1.7%)에 대해 최근 달라진 여건을 고려해 수치를 조정할 예정이다. 시장은 성장률과 물가 전망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김진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