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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입맛대로…집중투표제 길 터준 국민연금

기사입력 2018-04-2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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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개입 움직임이 노골화되는 가운데, 지난달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 때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에 찬성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마련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법무부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상법 개정을 재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우려가 현실로 이어질 가능성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의결권 행사지침을 개정하면서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뽑을 때 '1주=1표'가 아니라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가져 지지하는 이사 후보 1인에게 집중 투표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상법을 개정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할 뜻을 밝히자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에 나섰다. 일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이 국회가 상법을 개정하기도 전에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맞물려 주주제고 가치를 위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전문위원들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을 필두로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했지만 그대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국민연금 결정은 다음달로 예정된 현대모비스 주주총회 때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엘리엇은 최근 현대차그룹 측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정관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대모비스 주총 안건으로 이 같은 내용이 올라올 경우 국민연금은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의결권 행사지침에 집중투표제 근거를 신설해 두고 엘리엇의 요구에 반대표를 던지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주요 상장사들의 경영권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대기업들이 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폐해 때문에 미국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있는 지역이 크게 축소됐고 일본의 경우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포기한 상태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팀장은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지분율이 낮은 외국계 주주들이 한두 곳 연합해 주요 기업의 경영권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데 엘리엇이 현대차를 향해 이를 요구한 것도 바로 이런 목적 때문"이라며 "이들 헤지펀드의 목표는 경영권을 위협해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집중투표를 통해 이사들을 손쉽게 선임하면 상장사들은 이들의 단기 목표 추구에 따라 장기 투자를 할 수 없게 되고 이들이 빠져나가면 기업 가치가 훼손돼 나머지 소액 주주들 역시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기업 압박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부분 상장기업의 대주주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중투표제까지 의결권 행사에 활용하게 되면 마땅히 막을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향후 정권 코드에 맞는 기업 의사결정이 더욱 노골화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상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에 나선 것은 노골적인 정부 눈치 보기"라며 "현행 상법으로도 이미 도입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실제 국민연금이 지난해 말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KB금융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해당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찬성했지만 주주총회에서 부결됐다. 집중투표제를 통해 국민연금과 국내 주요 연기금이 해당 인사에게 표를 몰아줬다면 선임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 <용어 설명>
▷ 집중투표제 : 당초 소액주주권 보호와 기업 지배구

조 개선을 위한 제도로 이사를 2명 이상 선임할 때 주당 이사 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누적투표제'라고도 한다. 예컨대 이사를 3명 선임한다면 주당 3개의 의결권을 부여한다. 이는 3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1주를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3주가 된다는 계산이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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