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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임대아파트 건립 반대 `휴거` 신드롬 빼박았다

기사입력 2018-05-1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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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00는 별명이 '휴거'예요. 무슨 뜻인지 아세요?"
김모씨는 며칠 전 근처 아파트에 사는 친구 00네 집에 놀러갔다온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온 단어를 듣고 경악했다. 몇 년 전 뉴스를 통해 '임대아파트 주민'을 비하한 용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내 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휴거'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의미를 일깨우기 위해 적잖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아이는 친구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다시는 저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엄마인 김씨와 약속했다.
'휴거'란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휴먼시아'와 빈곤층을 비하한 '거지'의 앞글자를 합성한 단어로 임대아파트 입주민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인다. 4~5년 전 아이들이 주로 사용했지만 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최근에는 '주거(주공아파트+거지)', '임거(임대아파트+거지)', '엘거(LH+거지)', '빌거(빌라+거지)' 등의 단어까지 등장했다.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주거공간은 '신분' 지표로 인식되고는 한다. 몇 년전에는 분양동 주민들이 임대동 아이들이 이용하는 통학로를 막거나 부대시설 이용을 반대하는 단지까지 등장해 사회적으로 공분을 산 바 있다. 이에 대해 주택업계 관계자들은 단지가 그런 차별을 조장하게끔 설계됐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서울 성북구 보문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임대동과 분양동 사이에 언덕이 있어 완전 분리된 단지처럼 지어진데 이어 인근 다른 브랜드 아파트는 아예 임대동과 분양동을 거대한 돌담으로 구분하고 단지 출입로와 주차장를 따로 설계했다. 여기에 헬스장, 수영장 등 아파트 부대시설이 모두 분양동에 몰려있어 임대동 주민들은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서원석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가 신분의 상징이 되는 현상은) 사회적 융합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아파트더라도 임대동, 분양동으로 나눠버리면 위화감이 조성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은평뉴타운의 경우 임대아파트와 분양 아파트를 동으로 나누지 않고 혼합해 차별을 없애고 사회적 통합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소득층과 구분 짓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태도와 함께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도시계획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을 비하한 사회분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때로는 소득이 많지 않은 청년층을 겨냥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야 철거한 것으로 알려진 영등포구 청년 임대아파트 건립 반대 플랫카드 [사진 = 이미연 기자]
↑ 얼마 전에야 철거한 것으로 알려진 영등포구 청년 임대아파트 건립 반대 플랫카드 [사진 = 이미연 기자]
얼마 전 서울 영등포구 청년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영등포 이미지에 먹칠하는 5평짜리 임대아파트 결사 반대" 등의 플랫카드를 걸면서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이들은 임대아파트가 들어오면 인근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고 지역이 슬럼화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며칠 전 플랫카드는 철거했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입대아파트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민달팽이유니온 등 청년 단체들이 구청 인근 광장에서 집회를 벌이는 등 청년 임대주택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청년정당인 우리미래당 관계자는 "주거빈곤율 40%에 달하는 서울 청년들의 삶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같은 중요한 정책이 누가 반대하면 주저앉는다는 비겁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며 "서울시에 원안대로 임대주택 사업 추진을 촉구한다"며 플랫카드가 걸린 아파트 인근 광장에서 천막농성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온라인에서도 "청년들도 사회의 한 구성원인데 왜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역 이기주의나 집주인들의 횡포같다"는 의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옥고로 불리는 지하방, 옥탑, 고시원을 오가며 살고 있는 청년들에겐 청년 임대주택은 꿈의 주택"이라며 청년임대주택이 무산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청원들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임대주택과 관계자는 "현재 영등포구 청년 임대아파트 건립 건은 유관부서 협의 중이고 주민들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연구보고서로도 나왔지만 행복주택 등 임대주택이 들어선 지역의 집값이 하락하거나 슬럼화된 징후는 없었다. 지역 집값이 오르는 등 지역이 활성화됐기 때문에 지역 빈민화 등의 문제 등을 우려할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반대가 여전하지만 역세권 청년임대주택은 꾸준히 공급될 전망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와 민간이 함께 청년층(19~39세) 주거 안정을 위해 역세권에 시세대비 60~80%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민간 사업자가 민간 소유 토지에 청년임대주택을 지어 8년 이상 민간임대주택으로 운영하면 서울시가 용적률 규제 등 일부 규제를 완해해주고 서울시는 토지의 10~30%를 기부채납 형식으로 받는데 그 토지에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선다. 민간임대주택부분은 의무임대기간 8년이 지나면 일반 분양이 가능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용산로 한강로 2가(삼각지역), 서대문구 충

정로3가(충정로역), 마포구 서교동(합정역), 강서구 화곡동(우장산역) 등 4곳의 역세권 청년주택의 사업승인이 완료됐고, 이 외에 44곳에서 사업인가를 준비하거나 진행 중이다. 시는 2020년까지 5만세대의 청년임대주택 공급목표를 세운 상태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양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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