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대란 (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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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매일경제신문이 국회 김승희 의원실과 공동으로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투자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한 기업 네 곳 중 세 곳은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찬성하는 기업은 설문에 응한 64개 기업 중 16곳(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뜻하는 말로,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도입됐다. 한국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51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상태다.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이유로는 '지나친 경영 간섭으로 인해 기업 및 주주들의 권한이 침해될 수 있다'(56.2%)는 데 대한 걱정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정부의 기업 길들이기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8.3%)이란 우려도 상당했다. 국민연금의 개별 기업 의사결정에 대한 전문성 부족(8.3%)을 이유로 꼽은 기업들도 있었다.
국민연금 투자를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는 이미 1년째 공석인 데다 최근에는 불투명한 인선 절차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기준 국내 주식시장의 7%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에서 스튜어드십코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총 8명뿐이다. 이 정도 인력으로 개별 기업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기업들의 두려움이 상당하다.
설문에 응답한 한 제조업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증대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며 "하지만 기업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경영간섭 수단으로 악용될까봐 우려가 큰 것"이라고 밝혔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는 선한 의도에서 진행됐음에도 제도적인 차원에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봉사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며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동시에 갖춰야 스튜어드십코드의 의의가 있다"고 조언했다.
■ <용어 설명>
▷ 스튜어드십코드 :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한예경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