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부자 로또' 논란 속에 3만여명의 청약자가 몰린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에서 지난달 무더기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양도차익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도소득세를 줄이고 보유세도 줄일 목적으로 당첨자가 부부 공동명의로 아파트 소유를 분산하는 명의변경이 대거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1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거래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구에서 연중 최대치인 845건의 증여가 신고됐다.
올해 들어 주택의 증여는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3월에 몰렸다. 서울의 3월 증여건수는 3602건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6월에는 신고 건수가 1783건으로 감소했다.
그런데 강남구는 3월에 310건이 신고된 뒤 4월 119건, 5월에 98건으로 줄다가 6월에 갑자기 845건으로 급증했다.
한국감정원과 강남구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강남구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당첨자 739명이 무더기로 분양권의 명의변경을 했다. 이 아파트의 분양 물량은 총 1690세대로, 이 중 43.7%가 명의변경으로 인한 증여 신고를 했다.
특정 단지에서 수백명이 동시에 명의변경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명의변경을 요청하는 당첨자를 대상으로 지난 6월 11~14일 나흘간 서울 양재동 모델하우스에서 한꺼번에 명의변경 신청을 받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분양계약이 모두 끝나고 모델하우스를 잠정 폐쇄한 상태에서 명의변경을 요청하는 당첨자들이 많아 날짜를 지정해 신청을 받게 됐다"며 "9월부터 중도금 1차 납부가 도래하기 때문에 그 전에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서둘러 명의변경을 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에서 이처럼 무더기 명의변경이 이뤄진 것은 '절세'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분양가가 최저 9억8000만원에서 최고 30억원 선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싸게 분양돼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만해도 6억∼7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만약 부부간 증여 등을 통해 해당 주택의 명의를 2명 이상으로 분산할 경우 매각 시점 양도세는 물론 거주 기간 보유세 절감도 가능해 계약 초기부터 증여가 급증한 것이다. 종부세도 인당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클수록 세금이 누진되는 구조여서 부부가 서로 지분을 나누면 세금을 낮출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 단지 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고가주택과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가 강화하면서 최근 주택 거래시장에는 공동명의 신청과 증여가 급증하고 있다.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국의 주택 증여거래 건수는 총 5만4655건으로,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증여건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해 상반기(4만841건)와 하반기(4만1343건) 실적도 모두 뛰어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주택 관련 규제가 심한 서울의 경우 올해 상반기 증여건수가 1만2850건으로, 작년 상반기(6507건)의 약 2배에 달했다. 이는 작년 상·하반기를 합친 연간 총 증여건수(1만3611건)와도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디에이치자이 개포에서 무더기 증여가 이뤄진 강남구는 상반기 증여건수가 1643건으로 작년 1년 치 증여건수(988건)를 크게 웃돌았고 서초구도 상반기 증여건수가 1512건으로 작년 한 해 증여건
아예 처음부터 부부공동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양도세와 보유세가 늘면서 요즘은 절세를 위해 아예 부부공동 명의로 계약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며 "공동명의 취득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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