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도시계획위원의 결정 하나하나는 1000만 서울시민 삶의 환경뿐 아니라 재산권에도 직접적 영향력을 미친다. 그러나 정작 이해당사자들은 어떤 과정과 배경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이해당사자들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사업 내용을 도계위원들에게 직접 설명할 수 없다. 회의장 참석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기 때문이다. 직접 발언하는 것은 물론 조용히 도계위 진행 과정을 방청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도계위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궁금한 이해당사자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회의가 끝난 뒤 개인적으로 아는 회의 참석자에게 연락해 물어본다. 둘째, 정확한 세부 내용을 알고 싶다면 한 달 후 의사록 열람을 신청한다. 도계위 본회의가 열린 지 한 달이 지나기 전에는 의사록 열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의 진행을 좌우하는 것은 도계위 본회의뿐만 아니라 각종 소위원회도 있지만 수권소위를 제외한 일반 소위원회의 의사록은 아예 작성되지도 않는다. 한번 도계위 본회의에서 보류된 안건은 도계위 소위원회를 통과해야 다시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지만 소위원회에서 도계위원들이 정확히 어떤 얘기들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전무하다.
한 달이 지났다고 당장 서울시청에 찾아가 의사록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한 뒤 워킹데이 기준으로 3~4일 지나야 열람하러 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게 된다. 그것도 운이 좋았을 때다. 담당 공무원이 바쁘다면 의사록 열람 시기는 훨씬 더 늦어진다. 회의록을 열람하러 갈 때는 노트북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시청에서 정보 공개 청구자를 맞이하는 담당 공무원은 친절하게 회의록 사본을 건네주지만 집으로 가져가서 읽으라고 주는 게 절대 아니다. 그 자리에 앉아 사본을 모두 열람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휴대폰으로 사진 촬영을 시도해볼 수 있겠지만 열심히 찍다 보면 어느새 담당 공무원이 다가와 조용히 "사진 촬영은 절대 안 됩니다"라고 일러준다. 수첩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회의록을 암기하는 수밖에 없으며 수첩을 가지고 왔다 하더라도 글씨가 악필인 사람은 받아 쓰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노트북을 가져와 타이핑하는 것이 권장되는 이유다.
무료로 회의록을 열람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한 시간이다. 한 시간이 넘어가면 시간에 비례해 추가 요금을 서울시에 지불해야 한다.
미국인들이 이 같은 한국 도계위 정보공개 시스템을 알게 되면 아연실색할 것이 분명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