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의결권 행사 내용 사전 공시 등을 두고 사용자 대표와 근로자 대표 위원 간에 의견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기금위는 세부 사항에 관한 의견 대립일 뿐이라며 오는 30일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17일 공청회 이후 의견이 수렴됐다고 생각했지만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면서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한 모습이다.
기금위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오전 7시 20분부터 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헤어졌다.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 인사 당연직 6명과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전문가를 포함한 위촉위원 14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사용자 대표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각각 1명이 참석하고, 근로자 대표로는 한국노총·민노총·공공노조연맹 등에서 각각 1명이 참여한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사안은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문제였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기금위 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주식 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우려의 시각이 있다"며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 활동은 이날 안건에서 제외됐지만 현행 법령상 국민연금이 행사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는 모두 포함됐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 17일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에서 자본시장법상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주주 활동은 제반 여건이 구비된 뒤 재검토하기로 했다.
주주 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나 국민연금이 의사 관철을 위해 다른 주주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위임장 대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연금사회주의 논란과 경영 간섭 등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도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이날 기금위에서 근로자 대표로 참석한 위원들이 이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참여 부분이 빠지면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이 떨어져 반쪽자리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신설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통한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는 허용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측 대표로 참석한 한 인사는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는 이날 의결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며 복지부 원안대로 경영 참여 부분은 배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 측으로 참여한 인사도 "경영 참여를 스튜어드십 코드에 못 박아 놓는 것은 시장의 불안감만 키울 것"이라며 "현행법상 불가능한 부분이어서 시장 여건이 성숙한 후에 도입하는 게 바람직해보인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내용을 사전에 공시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 됐다. 근로자 대표를 비롯한 일부 위원은 찬성 의사를 표시했지만, 사용자 측 대표 참석자들은 부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원칙적으로는 의결권 행사를 투명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찬성이지만 현재 방식은 여론몰이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 위원은 "국민연금 의결권은 행사 후에 사후공시하는 게 맞는다"며 "사전공시될 경우 기업에 상당히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시장지배력을 감안할 때 주식시장에 큰 혼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전에 내용을 미리 공시하고 보도자료도 내면 투명성은 담보가 되겠지만 운용사나 일반투자자도 국민연금이 가는 방향으로 모두
이에 정부와 사용자 대표 측은 이날 안건으로 올라온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을 표결로 정하자고 요구했지만, 근로자 대표 측이 반발하며 최대한 협의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회의를 다시 열어 재논의한 뒤 의결하기로 했다.
[한예경 기자 / 황순민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