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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황이 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음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일제히 '매수'를 외쳤지만 정작 자신들 고유 자산으로 투자했던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판단은 외국계 의견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외국인은 부정적 보고서에도 최근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를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매일경제가 에프앤가이드를 참고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각각 국내 10개 증권사 최근 보고서를 조사해 보니 20건 모두 투자 의견으로 '매수'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이 제시한 삼성전자 평균 목표 주가는 6만3950원에 달한다. 이날 종가(4만3850원) 기준으로 향후 주가가 45.8%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의견이다.
SK하이닉스 평균 목표 주가는 11만6400원으로 증권사들은 향후 이 종목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55.8%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황이 끝나가고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D램 반도체 실적이 당분간 꺾이지 않으며, 국내 반도체 '투톱' 모두 올 3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석 대상 20곳을 포함한 전체 국내 증권사들은 올 3분기에 삼성전자가 17조3021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작년 3분기보다 19.1% 증가한 것이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도 올 3분기에 영억이익으로 6조2797억원을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 동기 대비 68%나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두 종목의 올해 주가수익비율(PER)을 고려했을 때 주가가 더 하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앞두고 두 종목 모두 팔기보다는 사야 할 시점"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 목표 주가로 7만원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 2분기에 D램에서 공정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로 마진 개선이 없었지만 여전히 반도체 영업이익은 양호했다"며 "품질 문제가 사라진 올 3분기에 반도체 실적이 크게 점프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에 대해 가장 높은 목표 주가를 제시한 곳은 키움증권(13만5000원)이다. 이 증권사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투자가 가속화하면서 SK하이닉스의 D램 실적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이 종목의 현 주가는 최악의 가정이 모두 반영됐기 때문에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투자 의견에도 정작 증권사들은 자신들 자산으로 투자한 반도체 '투톱'을 이달 팔아치우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투자 주체 중 금융투자(증권사)의 개별 종목 순매도 1·2위 종목은 SK하이닉스(-766억원)와 삼성전자(-395억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주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모두 50%를 넘기 때문에 우리 얘기보단 외국계 리포트 영향력이 더 크다"며 "보고서는 중·장기 전망으로 내지만 증권사 자산은 단기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소나기는 피해 가자'는 심정으로 외국계 투자 판단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국내보다는 외국계 보고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각각 4070억원, 3948억원어치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 기관, 증권사 등 3대 주체 합산으로 이달 1조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주가가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반도체 외에도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가전 등 사업 다각화로 리스크가 분산돼 있다"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