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싱가포르 'BK 글로벌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BK 컨소시엄은 빗썸 거래소를 기반으로 기존 결제 체계의 수수료를 대폭 낮춘 '블록체인 e커머스 결제시스템 구축'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운용' 등으로 거래소의 잠재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BK 컨소시엄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빗썸(비티씨코리아닷컴) 최대주주인 비티씨코리아홀딩스 지분 50%+1주 매입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으로 1000만달러(약 113억원)를 지불했다. BK 컨소시엄은 빗썸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인수대금으로 약 400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기존 대주주를 포함해 주주 10여명에게서 한꺼번에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일부 한국 주주들과는 12일 마무리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에 5대 주주였던 김병건 대표는 이번 계약을 통해 빗썸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BK 컨소시엄은 성형외과 의사 출신인 김병건 BK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뭉친 컨소시엄이다. BK 컨소시엄은 내년 2월까지 잔금 납입을 마칠 예정이다. 김 대표는 BK성형외과와 싱가포르 BK메디컬그룹 병원을 운영 중이고 비트컴퓨터, 휴젤 등 투자에 성공한 것으로도 시장에 알려져 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의료 분야에서부터 다국적 경영 능력을 발휘한 김 대표는 블록체인 도입 초기부터 가상화폐 제도권인 싱가포르에서 핀테크, 블록체인, 바이오 회사에 투자해 현재도 그 지분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의 제도권화와 글로벌화를 추진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빗썸은 지난해 하루 거래량이 최고 5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던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지만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올해 초 게임업체 넷마블의 인수설이 돌기도 했지만 성사되진 못했다. 이번 인수는 빗썸 소유구조를 명확히 해 신뢰도와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경영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BK 컨소시엄은 가상화폐를 실생활과 연계하는 여러 비즈니스에서 빗썸이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빗썸은 이달 중 홍콩 자회사를 통해 새로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덱스'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거래소가 가상화폐를 보관하지 않고 개인들이 직접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탈중앙화 거래소'다. 홍콩을 중심으로 덱스가 활성화하면 전 세계 이용자들이 가상화폐를 더 원활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고, 기존 거래소에서 문제가 되던 '해킹'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빗썸 측은 기대하고 있다.
빗썸캐시 등 기존에 운영 중이던 실생활 밀착형 결제 체계도 더욱 강화한다. BK 컨소시엄은 싱가포르 1위 e마켓플레이스 큐텐,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 O2O(Offline to Online) 업체들과 함께 가상화폐 가격 변동성과 결제 수수료를 대폭 낮춘 블록체인 e커머스결제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에 빗썸도 실생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면 파급력이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으로 BK 컨소시엄은 보고 있다. 빗썸이 보유한 400만 회원은 가상화폐를 활용한 거래에 거부감이 작아 다른 서비스 업체들에도 매력적인 대상이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아마존,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업체가 10%대 입장 수수료를 받고 있고 카드사나 밴사의 가맹점 결제 수수료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 결제 체계는 수수료를 확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비자(Visa) 얼라이언스처럼 여러 O2O 업체들이 연합한 연맹체를 만들어 중간 단계 수수료를 0%대로 떨어뜨리면 기존 업체들과 경쟁에서도 비교우위가 생긴다"고 말했다.
결제 체계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스테이블 코인 도입도 추진한다. 여러 글로벌 거래소들과 연계해 기존에 달러화에 연동된 코인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은 비(非)상장사지만 상장된 주요 주주사의 반기 보고서를 통해 실적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비티씨코리아닷컴 주요 주주는 비상장사인 비티씨코리아홀딩스(지분 76.0%), 코스닥 상장사 비덴
비덴트의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비티씨코리아닷컴은 올해 상반기 매출 3030억원, 영업이익 2186억원을 기록했다. 빗썸 측은 "분산거래소 출범과 페이서비스 등 국내 블록체인 산업 정착에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윤 기자 /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