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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국내 패시브 펀드까지 돈이 다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배당 액티브 펀드에는 193억원이 순유입됐다.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기대와 불안정한 증시에서는 넉넉한 배당이 주가를 지탱해 준다는 믿음이 배당주 펀드 투자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배당주 펀드 중에는 배당수익률(배당금이 현재 주가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는 배당성향(총배당액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종목이나 심지어 적자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일례로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목표전환형 펀드는 TIGER200 상장지수펀드(ETF)와 삼성전자를 주종목으로 담으면서 셀트리온을 1.62%, 삼성바이오로직스를 1.46% 담았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흑자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배당 가능성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셀트리온은 2014년부터 당기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었지만 배당한 적은 없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미래 투자 때문에 배당 여력이 적다.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 펀드 역시 삼성전자우와 한미반도체처럼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15% 이상 담고 있으면서도 테크윙, 고영 등 코스닥 성장주를 골고루 담고 있다. 미래에셋고배당포커스 펀드의 포트폴리오에서 2.13%를 차지하는 아미코젠은 전년도 영업이익 19억원에 당기순손실 36억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바이오신소재 개발·판매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연초 대비 50% 이상 오른 전형적인 성장주다.
김지운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의약·바이오 업종은 최근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이를 비용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형사라도 배당 여력은 한동안 줄어든다"며 "배당주 펀드라도 펀드매니저의 운용 스타일에 따라 담는 종목군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성향과 맞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적자 예상 기업까지 배당주 펀드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NH-AmundiAllset고배당주 펀드나 신영밸류고배당주 펀드 등 상당수 고배당주 펀드에는 탈원전 정책과 고유가 여파로 올해 1조원 이상 적자가 예상되는 한국전력이 담겨 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시가배당률이 4%를 넘었으나 올해 적자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배당 여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고배당주 펀드가 담은 SK하이닉스나 KB액티브배당 펀드가 담은 현대모비스 등도 예상 배당수익률이 2% 정도여서 고배당주로 보기는 어렵다.
이 같은 현상은 배당주펀드라고 하더라도 투자설명서에 고배당주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가 직접 펀드 구성 종목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배당주 펀드가 정보기술(IT)주를 주로 담은 펀드가 될 수도 있고 바이오 성장산업을 주로 담은 펀드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 펀드는 배당수익률이 시장 평균 배당수익률 이상인 국내 주식에 50% 이상 투자한다고 돼 있다. 50% 비율만 맞추면 되는 상황이다. NH-AmundiAllset고배당주 펀드는 배당률(1주당 액면금액에 대해서 지급되는 배당금 비율)이 콜금리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증가 추세에 있는 주식을 주로 담는다고 돼 있어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 가능성을 넓혀 놨다.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목표전환형 펀드는 투자설명서에 '국내 주식 중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을 주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주 펀드도 저배당이나 적자라도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을 편입해 수익률 향상을 노려볼 수는 있다"며 "하지만 고유 특성을 훼손하면서까지 투자 대상을 다양화하고 배당주 펀드라고 내세우지 않는지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