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끌어올렸지만,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하단이 2%대로 떨어지면서 변동금리보다 오히려 고정금리가 유리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이 이번 주 중 수신상품 금리를 일제히 인상할 예정인 만큼 추후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대출금리 상승 흐름은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3일 기준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 고정)가 전주보다 최대 6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3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가 2.939∼4.139%로, 금리 하단이 2주 연속 2%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11월 6일 가이드금리 3.922∼5.142%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남짓한 사이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p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같은 날 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전주보다 4bp 내린 2.94∼4.28%를 가리켰다.
농협은행은 지난 10월 말 가산금리를 2bp 인상했지만, 기준금리가 계속 하락하면서 가이드금리 하단이 2%대로 떨어졌다.
우리은행이 3일 적용하는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는 3.19∼4.19%다. 이는 지난해 8월 7일(3.17∼4.1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23∼4.34%, 국민은행은 3.26∼4.46%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진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대부분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금융채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한 탓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평평균 기준)는 지난달 30일 기준 2.180%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 15일(2.179%) 이후 약 14개월 만에 최저 기록이다.
이 여파로 변동형 대출금리가 고정형 대출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통상 금리 인상기 초기에는 고정형 대출금리가 변동형 대출금리보다 높다. 고정형 대출을 선택할 경우 적어도 5년간 금리상승의 위험을 피해 안정적으로 이자 부담 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면서 코픽스 상승을 부추겼고,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정형 대출금리를 앞지르게 됐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4.80%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변동형 금리가 3.60∼4.80%로 가장 높았고, 고정형 금리(3.26∼4.46%)와 비교해도 높다.
신한은행의 변동형 금리 역시 3.23∼4.58%로 고정형 금리보다 최대 24bp 높다.
우리은행은 3.33∼4.33% 수준이라 고정형보다 12bp 높다.
하나은행의 경우 3일 적용하는 변동
다만 농협은행의 변동형 금리는 2.87∼4.49%로, 변동형 대출이 여전히 고정형 대출보다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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