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그룹 경영참여 분쟁 ◆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민간 자문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오락가락 행보로 눈총을 사고 있다. 1차 회의 결과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를 두고 반대 입장이 우세했지만 수탁자책임위는 29일 다시 회의를 열어 재논의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회의 당일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수탁자책임위를 움직였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히 실무를 지원하는 보건복지부가 되레 혼선을 일으키며 수탁자책임위의 '갈지자 행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날 복지부는 2차 수탁자책임위 회의를 두고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와 행사 범위는 2차 회의 안건이 아니며, 재논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사실상 안건을 복지부가 정하고, 여기에 맞춰 수탁자책임위 회의가 이뤄지는 것은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복지부의 행태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당시 발표했던 수탁자책임위의 운영 규정에 비춰볼 때 적절하지 않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수탁자책임위가 위원 3인 이상이 전문위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사안이나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해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한 사안 등에 대해 결정할 수 있다. 회의소집권과 안건, 해당 안건에 대한 결정은 모두 수탁자책임위 몫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탁자위원 1인의 요청이 있었고, 2인이 동의해 이뤄진 회의"라며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발언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를 열기로 한 수탁자책임위는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행보로 빈축을 샀다. 당초 서울 논현동 국민연금 강남사옥에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장소가 언론에 노출되자 황급히 회의 장소를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당시 밝힌 "주주권 행사의 독립성·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각오가 공염불에 그친 셈이다.
다만 최종 주주권 행사 방향에 대한 결정 권한은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있다. 2월 1일 열리는 기금위 회의에서 정부 추천 위원들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총 20명의 위원 중 복지부 장관, 기획재정부 차관 등 5명은 정부 관계자이고,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 역시 정부 입장을 감안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기금위는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한편 지난 25일 복지부는 10%룰(경영 참여로 투자 목적 신고 시 6개월 단기 매매차익 반환)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이날 금융위원회는 현 규정상 국민연금에 예외를 두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