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매일경제가 금융정보 전문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지난 13일까지 2018년 연간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3곳 이상 기준)가 존재하는 168개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 총합은 165조8683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총합 157조2613억원보다 5.5% 증가했다.
그러나 2016년 영업이익 총합은 109조436억원으로, 2017년 연간 영업이익 증가율이 44.2%였던 것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약 8분의 1 수준으로 둔화됐다.
장기화되고 있는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전방산업 업황 악화 등이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이 속한 스마트폰이나 각종 정보기술(IT)업종, 자동차산업 등의 수익성이 대폭 둔화됐다.
지난해 1~3분기 반도체 호황을 이어오던 삼성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전년 대비 28.7% 감소)으로 전망치보다 약 20% 낮은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LG이노텍 삼성전기 파트론 등 반도체·휴대폰 및 부품 등 IT·반도체·전자 관련 업종 13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82조9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1% 올랐다.
그러나 2017년에 전년보다 114% 성장한 것에 비하면 성장률이 5분의 1 토막 났다. 4분기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는데, 이 여파로 그 밖에 다수 장비사도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좋았으나 하반기를 시작으로 경기가 하향 사이클로 접어들면서 2018년 연간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조 센터장은 이어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이 작년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에 관세 폭탄을 매기면서 중국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면서 "그 여파로 한국도 부정적 영향을 받으며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안 좋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부품사들은 지난 한 해 전방산업 둔화로 인해 역성장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만도 등 완성차·부품업체 12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조38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8.9% 감소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7.1% 줄어든 '어닝 쇼크'를 기록하면서 업종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미·중 무역분쟁에 환율 급변, 원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현대차 영업이익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2010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그동안 고성장을 주도했던 IT업체 실적도 부진했다. 네이버 엔씨소프트 삼성SDS 등 17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429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3% 줄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투자가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이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영업이익 942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1% 감소했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신기술 투자가 급증하면서 지난해 영업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이 4조6444억원으로 전년보다 32.7% 늘었다. 이 기간 카카오도 영업이익이 730억원으로 55.9% 급감했다. 금속·광물 분야도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포스코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5조54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늘어났지만 현대제철 고려아연 동국제강은 전년 대비 각각 25%, 14.5%, 37%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올해부터 국내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총합이 줄어 '역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68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46조680억원으로 작년보다 11.9%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연초 12개월 선행(연간)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예측되기는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IT·반도체·전자 관련 업종 13개사도 올해 영업이익 총합 전망치가 52조2790억원으로 36.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역성장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조 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 협상 결과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성공 여부에 따라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성공한다고 가정한다면 올 상반기쯤 국내 기업의 실적 하향 조정은 멎고 3분기부터 반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역성장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기 턴어라운드의 신호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
[조희영 기자 /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