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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림 KB증권 대표(56)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통합 출범 3년 차를 맞는 KB증권은 올해 새로운 수장으로 박 대표를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국내 증권사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보험, 은행 등 다양한 금융사를 섭렵하고 이번에는 증권사 수장 자리에 올랐다. 증권사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는 국내 최고 자산관리(WM)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게다가 금융권 경력 중 상당 부분이 리스크관리 업무다. 고객 자산을 불리는 것은 물론 이를 안전하게 관리해 위험 대비 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하는 재테크에 최적화한 인물이다.
그가 새롭게 부임한 이후 치중하는 업무 양대 축은 해외 투자 등 고객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와 이제 막 사업 기회의 폭이 넓어지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서비스다. 고객의 해외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박 대표는 미국·중국(G2) 주식 중 80개가 넘는 종목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한편 최근 고객의 관심이 높아지는 베트남 주식 리서치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OCIO는 공적·사적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자산을 위탁운용하는 서비스다. OCIO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조원에서 내년에 150조원으로 50% 넘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OCIO 시장이 점차 확대되는 상황에서 KB증권이 갖고 있는 자산 배분 능력과 대체자산 등 투자 자산 딜소싱 능력은 물론 리스크관리 역량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은행, 자산운용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전담조직 구성과 자체 시스템 구축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첫 번째 무기는 '소통의 리더십'이다. 주목받는 여성 CEO이지만 딱딱하거나 격식을 차리기보다 격의 없는 대화로 상대와 어우러진다.
그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CEO는 최고청취자(Chief Listening Officer·CLO)'가 돼야 한다고 말한 것처럼 조직원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데서 소통은 시작된다. 소통을 잘하려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CEO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조직원들이 마음을 편하게 열도록 하기 위해 퇴근 후 임직원과 술자리를 자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소주 한잔 기울이는 저녁식사 자리 한 번이 점심식사 다섯 번보다 낫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 대표가 내세운 또 다른 리더의 조건은 '레인보 리더십'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획일적인 리더십으로는 조직에 대한 적응이 어렵다"며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갖고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그래서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표는 CEO로서 이른바 '돌격 앞으로'와 '브레이크'라는 양면이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추진력을 갖되 앞에 어떤 장애물이 놓여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성향이 기본적으로 '적극 공격형' 스타일"이라면서 "이는 리스크관리를 통한 관리를 전제로 한다. 멈춰야 할 때를 알고 속도를 조절하며 달리는 것과 단거리 육상처럼 앞뒤 안 재고 달리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관리와 자산관리를 넘나든 업무 커리어만큼이나 '은행원'으로 주요 커리어를 쌓은 그의 증권사 대표 입성 소감이 궁금해졌다.
박 대표는 "최근 2년간 그룹 WM 총괄부사장을 맡으며 증권 WM 부문 부사장을 겸임해 증권 업무를 해왔다"며 "역시 지주 리스크관리책임자(CRO) 경험을 통해 자산운용(S&T) 부문에 대한 업무 파악이 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WM 부문에 있어서는 은행과 증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곁들였다. 박 대표는 "고객 관점에서 볼 때 재테크를 도와주는 금융사가 은행이냐 증권이냐 하는 구분은 무의미해졌다"며 "업권 구분 없이 고객에게 최적의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 입장에서 KB금융그룹이 은행·증권을 통합한 복합점포를 제공한다는 것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반"이라며 "물리적으로는 고객이 은행과 증권을 왔다 갔다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을 뿐 아니라 은행 PB와 증권 PB가 동시에 고객에게 포트폴리오를 제안할 경우 고객 선택폭 역시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은 현재 65개 수준인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연내 10곳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업권 파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은 자산관리뿐만이 아니다. 그는 "IB 부문 역시 증권사 혼자 하기보다는 은행과 협업을 통해 은행이 딜을 누적적으로 쌓아가고 증권은 해당 딜에 대한 재매각(셀다운)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더 나아가 캐피털, 카드, 보험 등 계열사와 만들어내는 복합상품은 시너지를 내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IB 전문가인 김성현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경영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각자 위치에서 전문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포석이다.
그는 "국내는 물론 해외 증권사 CEO를 둘러봐도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며 "김 대표와 전문 분야를 나눠 각자의 역량을 집중해 강화하면 장점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로 취임하면서 네 가지 목표를 세웠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KB증권을 업계 최고 증권사 반열에 오르도록 만드는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에 더해 은행 출신인데 괜찮았던 CEO라는 얘기를 듣는 것, 여성임에도 척박하고 험난한 증권사 CEO로 와서 잘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드는 것, 끝으로 각자대표 체제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성공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지난해 기대에 다소 못 미쳤던 수익력 회복이 단기 당면 과제다. 박 대표가 이를 위해 중점 관리하는 부문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 관련 손익이다.
그는 "증권사는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숙명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ELS 등 손익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파생상품 관련 위험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업무 시간 중 30%를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수익 창출력을 회복하는 한편 강점인 WM 부문에서는 고객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베스트셀링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캐시카우' IB 부문이 추가 수익을 쌓아주면 올 한 해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박 대표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타격이 컸던 한 해였다. 그는 지난해 타격받았던 자산 가격들이 올해는 일제히 반등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 She is…
△1963년 서울 출생 △서울 영동여고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 경영학 석사 △1986년 체이스맨해튼은행 서울지점 △1999년 삼성화재 자산리스크관리부 부장 △2012년 K
[한우람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