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오후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완화한 새로운 조정안을 계약 해지 대상 카드사들에 전달했다. 이에 계약 해지 대상이었던 KB국민·비씨(BC)·하나카드는 새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오전까지 대립하던 양측이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뤄내 최악 상황은 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업계 1·2위인 신한·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채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것이다.
세 카드사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강조했던 '역진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 수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연매출 3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인 가맹점 수수료율이 2.18%인 반면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은 1.94%라며 '부당한 수수료율 격차'의 시정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은 지난 1월 말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4일 현대차는 카드사들이 요구한 기존 1.8%대에서 0.12~0.14%포인트 인상한 안에 대해 반발하며 10일부터(기아차는 11일)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신한·삼성·KB국민·롯데·하나카드가 현대차 가맹점 계약 해지 대상이다. 현대차는 14일부터는 BC카드와의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양측 모두 어떻게든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이날 오전까지 적정 수수료율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에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현대차가 기존 수수료율인 1.8%대를 유지해달라고 주장하자 카드사들은 기존 안에서 양보한 0.08~0.09%포인트 인상한 수정안을 최근 제안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0.01~0.02%포인트 이하 수준의 인상을 고수했다.
이후 현대차가 0.04~0.05%포인트 인상안을 제시하자 상황은 급변했다. 중소형카드사를 중심으로 현대차 제안을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일단 10일까지는 타결을 하자고 합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계약 해지 대상은 아니지만 적격비용(수수료 원가) 조정에 따라 수수료율을 인상해야 하는 현대카드도 새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0일까지 적정 수수료율 인상폭에 대해 최종 합의를 하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10일부터 계약 해지 카드사들의 카드로 현대차 차량을 구매하지 못한다.
가맹점과 카드사의 계약이 실제로 해지되면 소비자들의 결제 수단 선택권은 대폭 줄어든다. 계약 해지 대상인 카드사들의 카드를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제 시 카드를 이용하지 못하면 카드로 자동차를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1%대 안팎의 캐시백 혜택도 누리지 못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실적 악화 등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인상할 여건이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 카드 결제 건수 중 현대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이라 현대차그룹이 최소한의 안정장치는 마련해놓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카드사들은 현대·기아차 협상과 별도로 통신사·마트·항공사 등 기타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조정 협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상 첫 담판인 현대·기아차와의 협의에서 쉽게 물러날 수 없는 이유다. 아울러 신한카드나 삼성카드 같은 업계 1·2위 카드사들조차 현대·기아차 카드 결제 점유율은 10%대에 불과하다. 현대·기아차 가맹점 계약을 잃더라도 시장점유율이 더 높은 다른 업권 대형가맹점들과의 협상 때문에 쉽게 현대·기아차의 주장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중소형카드사들이 현대·기아차의 주장대로 최소한의 인상폭을 받아들인다면 신한·삼성카드 등 대형사들은 협상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여당 내에서는 중재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카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