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發 주총 대란 /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퇴진…긴장하는 기업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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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제28차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정부와 정치권에선 조 회장 연임 부결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한 긍정적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선 "그동안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대한 고민 하나 없이 여론 재판식으로 주총 표대결이 이뤄졌다"며 향후 국민연금발 오너 견제가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감을 내놓고 있다.
27일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총 현장에선 전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결정대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는데, 국민연금이 보유한 11.56% 지분이 사실상 안건의 향배를 갈랐다. 국민연금이 주총에 앞서 연임 안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다른 소액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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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롯데그룹,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 오너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사후공시 때문에 해당 주총에선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를 알 수 없었다. 올해부터는 이 같은 시스템을 바꿔 의결권 찬반을 사전에 공시하면서 주총에 대한 영향력을 키웠다.
국민연금은 올해 처음으로 지분 10% 이상 보유 기업과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이상인 기업에 대해 의결권 찬반을 사전에 공개했다. 국민연금 지분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오너 일가 지분이 낮은 상장사의 경우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여론을 모아 표대결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초를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293곳으로, 이 중 지분이 10%를 넘는 기업도 80곳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사전공시는 주요 오너의 연임을 막는 등 주요 기업 경영에 관여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며 "특히 대한항공처럼 2대주주이면서 지분이 10%를 넘는 기업군은 매년 돌아오는 오너 선임 여부에 촉각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9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도 경영 개입을 선언한 상태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하기로 결정했지만 조 회장 퇴진을 겨냥한 정관변경안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한진칼 이사 임기는 내년 3월에 끝난다. 국민연금이 추진하는 정관 변경은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선고받을 경우 결원으로 본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관 변경 건은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라는 특별결의 요건이라 통과 가능성은 낮다. 한진칼 지분구조는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28.93%, KCGI가 10.81%, 국민연금이 7.34%를 각각 들고 있다. 만약 정관변경안이 통과되고, 조 회장이 현재 횡령 혐의로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다면 한진칼 이사 자리도 위태로워진다.
이날 대한항공 주총 결과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긍정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후 이행하는 긍정적인 면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자 매일경제 보도('20년 전 정관 변경에 제 발등 찍은 대한항공')를 인용해 "대한항공은 이사 선임을 보통결의가 아닌 특별결의로 분류해 주주 과반수 찬성이 아닌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도록 해놨다"며 "이해관계자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한 조처였는데 결국 제 발등을 찍는 자충수를 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최 위원장은 "내용을 잘 모르지만 의원님 말씀이 일리 있어 보인다"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주주 이익 제고를 위한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도 "저도 최 위원장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회사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상장사 경영 압박에 대해 재계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배상근 전무 명의로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연금이 이번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비판했다.
전경련은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입장을 발표하고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상
[한예경 기자 / 문일호 기자 / 진영태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