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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제대로 경영활동을 하려면 김 의장과 카카오의 '동일인' 여부에 대한 법제처의 결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이날 금융당국에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약식기소된 김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의장은 2016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카카오의 모든 계열사를 공시해야 함에도 엔플루토, 플러스투퍼센트, 골프와친구, 모두다, 디엠티씨 등 5곳의 공시를 누락한 혐의다.
재판부는 김 의장이 자료 제출 관련 업무 일체를 회사에 위임했고, 관련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뒤늦게 5개 회사가 공시 대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알렸다는 점 등을 무죄 판결의 근거로 들었다.
또 공시 누락으로 김 의장이 얻을 이익이 크지 않고, 누락된 5개사 경영진과 김 의장 사이에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날 1심 법원의 선고로 카카오와 카카오뱅크는 금융위원회가 진행 중인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카카오뱅크 지분 10%를 보유한 카카오는 지난달 초 금융위에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정보기술(IT) 업종을 주력으로 하는 산업자본은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융위의 심사는 김 의장에 대한 검찰 기소로 진행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금융사 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법원이 유무죄를 결정한 뒤에야 심사에 착수할 수 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다행스러운 결과지만 1심 결과만으로 심사를 재개할 수는 없다"며 "검찰이 항소한 이상 상급심의 최종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일 상급심에서 김 의장의 무죄가 확정되면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판결이 뒤집혀 김 의장이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엔 금융위가 해당 사안의 중요성을 판단해 대주주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대주주가 되는 데 결격 사유가 될 정도로 중대한 범죄는 아니라고 금융위가 판단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가 빨리 카카오뱅크 지분 34%를 취득해 대주주로 올라서야 카카오뱅크가 증자를 통해 더 활발하게 대출영업 등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한창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심사가 늦어지고 있어 카카오뱅크는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카카오 입장에서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대법원 판결 결과를 기다리기보다는 금융위가 법제처에 의뢰한 유권해석 결과가 유리하게 나와 심사가 속행되길 바라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카카오 지분 18.46%를 보유한 김 의장과 카카오를 동일인으로 보고 김 의장까지 심사 대상에 포함시켜야하는지'를 법제처에 문의했다. 법제처가 '동일인이 아니다'고 해석할 경우엔 법원 결정과 관계없이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속행하면 된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최선의 시나리오다.
이와는 별개로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을 살필 때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의장 사례처럼 누가 봐도 경미한 사안으로 수년 동안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미뤄지는 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도 있다.
[김동은 기자 / 송광섭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