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방 모씨는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맞벌이 부부라 틈나는 대로 부동산사이트와 앱을 뒤져 매물 몇 개를 골라 보러갔지만, 10곳 중 9곳은 허위매물이었다. "그 매물은 나갔으니 다른 대체 매물을 보여주겠다"며 유도하거나 심지어 "요새 미끼매물 걸어두지 않고는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허위매물 장사임을 당당히 밝히는 공인중개사도 있었다.
'허위매물', '미끼매물'
최근 몇년 간 한번이라도 살 집을 구하기 위해 손품과 발품을 팔아본 적이 있다면 지긋지긋한 단어일 것이다. 인터넷 부동산중개사이트는 물론 '허위매물 OUT'이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부동산앱을 통해 찾아간 공인중개사도 마찬가지다. 이런 매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매물 시장이 과연 있기는 할까.
일부이긴 하지만 있다. 정부가 잘 만들었지만 공인중개사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과 연계된 민간시스템이 사용된 공공임대주택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 |
↑ 김덕용 KMS 대표 |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 연계로 계약부터 전입신고까지 한번에
2015년 시범 구축된 국토교통부의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은 주택을 포함해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부동산거래 계약을 종이문서가 아닌 온라인상 전자방식으로 체결해 확정일자와 거래신고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매매 뿐 아니라 전세나 월세도 가능하다. 국토부가 전자계약시스템의 유인책을 내건 대출금리우대 등의 금융지원도 받을 수 있다.
2017년 8월 정식 론칭 후 LH 등의 공기업을 필두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활용도가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주 사용대상인 공인중개사들의 활용이 높지 않은데다가 공인중개사가 끼지 않은 사적 계약시에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감정원은 2017년 4월 '부동산전자계약 활성화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 주식회사 한국거래소시스템즈(KMS)에게 우수상을 수여했다. 당시 최우수상은 선정되지 않아 사실상 1위로 입상한 셈이다.
![]() |
↑ 인천서창꿈에그린 부동산거래 전자계약 모습 [사진 = KMS] |
이 단지의 50대 임차인 김씨는 "부동산 전자계약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경험했는데 생각보다 간편했고 계약서를 정부에 공증받고 보관하는 과정을 보니 신뢰감이 들었다"며 "동사무소에 확정일자를 받으러 따로 가지 않아도 계약과 동시에 무료로 자동으로 발급되니 너무 편리했다"고 평가했다.
◆"계약부터 공실 등 임대관리도 한번에" 공공임대·기업형임대시장에서 활용 중
"언뜻 보면 공공임대물량 계약시 국토부의 전자계약시스템을 연동한 구조이지만 개발이 쉽지 않았습니다. 정부시스템을 연동해 민간 계약에 이용하는 첫 사례이다보니 개발부터 안정화 기간까지 8개월이 걸렸습니다."(김덕용 대표)
국토부의 전자계약시스템을 활용한 이미 민간에서 마련했고, 현장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향후 이 시스템이 민간거래에도 활용된다면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되지만 아직은 바로 적용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대신 입주를 막 시작한 공공임대물량이나 기업형 임대주택에서는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인천서창꿈에그린 단지를 포함, 수원 권선, 시흥 장현, 김해 율하 등의 6000여 세대의 물량이 KMS의 eRoom 시스템으로 계약을 진행했거나 앞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김재희 인천서창꿈에그린 임대관리센터장은 "공공기관 데이터와의 실시간 연계로 계약과정에 대한 관리가 무척 편리하고 신뢰성이 높아졌다"며 "기존 서류방식에 비해 훨씬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관리비용이 대폭 절감됐고, 무엇보다 공실 발생 시 중개업소에 실시간 홍보 관리가 가능해진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
↑ KMS의 통합주택임대솔루션인 'eRoom' 시스템의 공실정보연동 체계도 [자료 = KMS] |
"허위매물 유통 이슈를 보면서 이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김덕용 대표는 "아직 이해관계가 복잡한 개인 물건에 접목시키는 것은 힘들지만 대규모 임대관리 사업은 이미 신영, 한샘자산관리 등의 업체들과 연간계약을
또한 김 대표는 "공공임대나 기업형임대주택 시장에서 계약부터 공실관리, 계약이력관리 등의 임대관리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며 "다음 단계는 민간임대주택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