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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은 위기론이 불거질 때마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 2014년 스마트폰 사업 실적 악화 때 대거 순매수했고, 반도체 위기론이 불거진 올해 또다시 사들이며 삼성전자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실적이 내년에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싼값에 사들이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다.
16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13.7% 올랐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2.7%)보다 5배가량 높다.
외국인의 압도적 매수세 덕분이란 분석이다. 올해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전자로 규모는 3조585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외국인이 삼성전자 실적이 올해 바닥을 찍고 내년에 반등할 것이란 예상에 따라 미리 사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사업 쪽에서 호재가 나타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미국 정부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 제재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분석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1510만대를 기록해 작년(2억9130만대)보다 8.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스마트폰 사업 경쟁자인 화웨이 출하량은 지난해 2억580만대에서 올해 1억6520만대로 19.7%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분쟁으로 미국 마이크론이 화웨이에 대한 D램 공급을 중단하면서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화웨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중 40~50%를 담당해 왔다. 실제 화웨이는 폴더블폰 '메이트X'를 이달 출시하려다가 9월로 늦추기로 했다. 화웨이 측은 품질 개선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부품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을 이유로 보고 있다.
화웨이 제재를 통한 삼성전자 수혜는 내년에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영업이익은 올해 9조860억원에서 내년 9조8150억원으로 8%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연관 사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내년에 35조2060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추정치(28조928억원)보다 25.3% 늘어나는 셈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이 살아나면서 디스플레이 반도체 사업도 내년에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내년 폴더블폰 양산이 본격화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관련 부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독점 공급하게 되고 반도체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에 동반 상승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사업 덕분에 올 2분기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1분기 디스플레이 사업은 5600억원으로 대규모 적자를 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6조5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며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디스플레이 부문이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3년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25조원을 벌어들인 삼성전자는 이듬해 이 사업 영업이익이 15조원으로 1년 새 10조원이나 감소하며 위기에 직면한다. 당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시행과 함께 애플 아이폰, 중국 화웨이 공세에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그러나 외국인은 2014년 이 주식을 3조9178억원어치나 샀다.
바로 다음해인 2015년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급증하며 스마트폰 실적 악화를 만회하자 외국인의 선견지명이 부각됐다. 2015년 반도체 영업이익은 12조7900억원으로 스마트폰(10조1400억원)을 넘어서며 삼성전자 주력 사업으로 부상하게 된다. 전체 영업이익도 2014년 25조원에서 2016년 26조4100억원으로 살아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실적 위기가 왔을 때 개인은 팔고 외국인은 사들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고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