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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이후 영업이익 1조원을 올리며 다른 계열사의 실적 부진까지 만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도 올해 들어 두산밥캣 주식을 집중 매수하며 5% 이상 주요 주주 자리에 올랐다.
30일 두산그룹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두산밥캣은 최근 4분기(2018년 2분기~2019년 1분기) 연속 연결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 기간 꾸준히 1000억원 이상 이익을 낸 곳은 그룹 내 두산밥캣이 유일하다. 다른 계열사는 영업이익 중 상당 부분을 '자회사 효과'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제외하면 실적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두산→두산중공업→두산건설·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진다. 지배구조 하단 기업 실적의 100%가 상단 기업 실적에 반영되는 구조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본연의 실적을 보려면 두산중공업에서는 건설과 인프라코어를, 인프라코어에서는 밥캣의 영업이익을 빼면 된다"면서 "두산밥캣의 이익이 가장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223억원이지만 자회사 효과를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652억원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일감이 감소하기 직전인 2017년 1분기 실질 이익(706억원)과 비교하면 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두산건설의 이익은 128억원에서 71억원으로 44.9%나 감소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주택사업 일감이 크게 줄었다. 이 기간에 두산밥캣은 848억원에서 1133억원으로 영업이익이 2년 새 33.6% 증가했다. 늘어난 이익으로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도 남았다.
두산밥캣은 2017년 이후 올 1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9669억원을 기록했는데 자회사를 제외한 실질 이익 기준으로 그룹 내 단연 1위 기록이다.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5조원을 들여 미국 잉거솔랜드의 건설기계 사업부(현 두산밥캣)를 인수할 때만 해도 이 같은 효자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재무 부담만 키우는 존재였다.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총차입금은 6조982억원으로 두산밥캣 인수 직전(1조2864억원)보다 5배 증가했다. 2010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부채 비율이 526.5%까지 치솟았다. 이후 2011년부터 미국 건설 경기가 반등하며 두산밥캣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
두산밥캣은 미국을 중심으로 스키드로더 콤팩트트랙로더 미니굴착기 등 건설기계를 팔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미국 점유율을 높이며 실적과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2017년 1분기 북미·오세아니아 지역 매출 비중은 68%였으나 올 1분기 75%까지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산밥캣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센터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미국 법인은 키우고 있는 반면, 유럽 자회사는 대거 통폐합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자신감에 두산밥캣은 빚을 잘 갚는 '모범생'으로 변신하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 20일 차입금 1억5000만달러(약 1742억4000만원)를 조기 상환했다고 밝혔다. 조기 상환 공시는 2014년 이후 일곱 번째다. 두산밥캣의 현재 총차입금은 9733억원으로 2014년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줄었다. 부채 비율은 올 3월 말 기준 80.1%로 그룹 내 상장 계열사 중 가장 낮다. 이에 따라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의 부채 비율도 덩달아 개선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188.7%까지 낮아졌다.
두산그룹이 경영난에 빠진 두산건설을 돕기 위해 2013년 이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을 수 있는 것도 두산밥캣의 활약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그룹 캐시카우로 부상한 두산밥캣에 국민연금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4.94%에서 올해 6.05%로 이 종목 지분율을 높였다. 최대주주는 두산인프라코어(51.05%)이며 기존 2대 주주인 미국계 롱텀펀드 블랙록(6.21%)과 국민연금의 격차가 좁혀졌다. 이에 따라 배당주에서도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2016년 주당 7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 두산밥캣은 이후 2017년 8
반면 같은 기간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각각 7.3%, 11.8% 하락했다. 두산건설과 지주사 두산의 주가는 모두 8%씩 올랐지만 두산밥캣의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