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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매그나칩 파운드리 부문 인수에 나선 상황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한국 '비메모리 사업'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4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사모펀드(PEF)와 손잡고 매그나칩 파운드리 부문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에서 분사된 매그나칩은 한때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8위에 오른 바 있다. 이후 막대한 부채로 인한 구조조정, 법정관리 등으로 경쟁력이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2위 업체이긴 하지만 메모리 사업에 편중됐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D램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80%가량을 차지하는 반면 비메모리 분야 매출은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관련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 파운드리 부문 인수에 나선 것에 대해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결정을 내리면서 SK하이닉스가 인수 결단을 내리더라도 핵심 소재 확보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 부문은 설계와 기술 개발을 배제한 '위탁생산 전문업체'를 의미한다. IB 업계에 종사하는 한 변호사는 "일본 정부 결정으로 SK하이닉스의 매그나칩 인수 결정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신속한 대량생산이 핵심인 파운드리 부문에서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관련 업계에서는 수출 규제 품목에 '레지스트'가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레지스트는 반도체 기판 제작에 이용되는 감광제로, 일본이 전 세계 생산량 가운데 90%를 차지하고 있다.
레지스트 수출 규제가 부담인 것은 파운드리 영업 부문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하반기부터 극자외선(Extreme Ultra Violet·EUV) 양산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당 공정에 사용되는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출 제한이 발생하면 삼성 파운드리 부문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분야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점유율 19.1%를 기록하며 대만 TSMC(48.1%)에 이어
급속도로 성장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을 보면 SK하이닉스 역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로서는 다른 곳도 아닌 삼성 성적표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수출 규제가 계속되면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