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 SK에너지가 친환경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 발행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 매출 80%를 담당하는 SK에너지가 대규모 자금 마련에 성공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SK에너지는 이달 18일 그린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한다고 9일 밝혔다.
발행 규모는 3000억원으로 시작해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5000억원까지 증액을 고려하고 있다. 그린본드 발행일은 이달 26일이다.
그린본드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는 목적으로만 발행할 수 있는 채권이다. 이 채권이 쓰일수 있는 용도는 신재생 에너지 개발, 공해 방지 사업 등으로 제한된다. 제조업 중 국내에서 그린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SK에너지가 처음이다.
SK에너지는 그린본드로 모은 자금을 석유사업 단지인 울산 CLX내에 건설중인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 구축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설비는 선박 연료에서 황 성분을 제거해 저유황유를 만든다. 황 성분이 낮은 연료는 매연을 적게 배출한다.
저유황유 수요는 내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연료에 포함된 황 함량 비중을 현재 허용기준인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IMO2020' 규제를 내년 초부터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든 선박은 저유황유를 쓰거나 황 성분을 자체적으로 제거하는 설비를 갖춰야 한다.
SK에너지는 내년 초에 VRDS를 완공해 하루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이 설비를 통해 매년 2000억원~3000억원 규모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에너지의 VRDS 완공이 빠를수록 SK이노베이션의 연결 기준 석유사업 실적이 상승하는 구조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달 국내 기업 최초로 8000억원 규모의 그린 론 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그린 론 역시 그린본드처럼 친환경 사업 자금을 모으는 방법 중 하나다. SK이노베이
임수길 SK이노베이션 전무는 "그린론과 그린본드 모두 친환경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SK가 추구하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도구"라고 밝혔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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