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 거래일보다 746억원 늘어난 8조84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2일 8조309억원까지 내려갔다가 지수가 반등하면서 함께 불어났다. 지난달 19일부터 증가폭은 약 5500억원에 달한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을 받고 주식 거래 용도로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신용융자 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상승세에 편승해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보통 지수가 내릴 때 함께 줄고, 오를 때 함께 늘어나는 등 지수 움직임에 후행하는 추이를 보인다.
불어난 신용융자 잔액은 대부분 코스닥시장으로 유입됐다. 코스닥 신용융자 규모는 지난달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약 6000억원 늘어났다. 이 기간 코스피 신용융자 잔액 증가폭이 17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80% 이상이 코스닥으로 흘러들어간 셈이다.
신용융자 잔액은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신용융자를 통해 주식을 샀을 경우 주가 하락폭보다 실질 손실률이 더 크기 때문에 매물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 특히 투자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대매매가 진행되는 경우가 문제다. 반대매매란 투자자가 약정한 만기 내에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일괄 매매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뜻한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대매매는 하락장에서 추가 하락을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에서 이 같은 악순환이 나타나기 쉽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증권사가 신용거래에 고율의 이자를 물리는 점도 유의할 지점이다. 국내 28개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에 부과하는 이자율(대출기간 16~30일 기준)은 평균 7.4%로 시중금리 대비 높은 수준이다.
2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9750억원이 순유출됐다. 이 중 5833억원이 지난주(16~20일)에만 빠져나갔다. 코스피가 2100에 근접하자 투자자들의 환매가 집중된 것이다. 코스피가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오르는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12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됐다.
특히 순유출액 중 절반인 5886억원이 레버리지 펀드에서 유출됐다. 코스피가 1900선까지 급락했을 때 레버리지 펀드를 집중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레버리지 펀드란 지수 등락률의 두 배만큼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지수 상승이 예상될 때 투자금이 몰린다. 환매자들은 '증시가 조정 없이 오르기 힘들다'는 분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코스피가 12거래일 연속 오른 만큼 일정 부분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근 자금 유출이 주식에 대한 불신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펀드 종류별 자금 유출을 살펴보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환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가치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에서도 각각 2106억원, 910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두 펀드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매력이 올라가는 상품이지만 이마저도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레버리지 펀드로 자금이 집중되는 것도 이른바 '단타'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에 장기 투자하는 투자자는 줄어들고 단기로 시세 차익만 챙기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역분쟁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큰 구간에서는 장기로 보유하려는 투자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식형 펀드로 '양질'의 자금이 흘러들어오기 위해서는 수익률 제고가 필
[홍혜진 기자 / 박의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