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통계를 만들 때마다 정부 부처들과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국세청과는 우리나라 기업의 전체적인 경영 활동을 보여주는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과세 정보 제공을 두고 마찰이 일었다. 국세청이 과세 정보 제공을 계속 거부하자 결국 감사원이 나섰다. 현행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과세 정보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예외항목으로 국가통계 작성을 목적으로 하는 통계청을 포함하고 있지만, 한은은 명시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이처럼 한국은행은 국민계정(GDP)을 비롯해 국가승인통계 총 18종을 작성해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과세 정보나 행정자료 요구권은 없다. 이 때문에 관련 기관의 업무 협조에 기대거나 감사원을 통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빠르고 정확한 통계는 국가 경제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법안을 발의했다. 한데 국회가 극한 대치에 빠지면서 이 법안이 논의도 이뤄지지 못한 채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4일 한국은행과 국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국가지정통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행정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줄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1년 가까이 법안소위에 안건으로도 회부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다음달 기한 만료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서형수 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한국은행 총재를 통계 작성을 위해 필요한 행정자료와 과세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주체로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한국은행은 각 기관의 행정자료를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통계를 빠르게 생산해낼 수 있게 된다. 이상호 한국은행 통계국 통계기획팀 팀장은 "행정자료를 받지 못하는 부분은 서베이(설문조사)로 대체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통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관계기관인 기획재정부로부터도 '긍정 검토' 의견을 받았다. 문제는 최근 여야가 극한의 대립 상태에 빠지면서 법안소위 등이 열리지 않고 있어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 기재위 법안소위는 8~9월에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 법안은 작년 11월에 발의돼 이미 1년 동안 계류된 상태다. 이번 마지막 정기국회 때 논의되지 않으면 기한 만료로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한편 부처 이기주의도 입법이 지연된
[김연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