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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분양가상한제가 최초 도입되기 직전 지자체(천안시)가 자체적으로 분양가 통제에 나섰다가 패소한 사례로, 현재 고양시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향후 대곡역 두산위브 분양가 이슈가 법정 다툼으로 진화한다면 고양시에 불리할 전망이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당초 약 2주 전인 지난달 27일 분양 예정이었던 대곡역 두산위브가 고양시에서 분양 승인을 받지 못해 분양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대곡역 두산위브는 능곡뉴타운의 첫 번째 분양 단지로, GTX A노선이 예정된 대곡역까지 거리가 가장 가깝고 사업 속도가 빨라 주목된다. 총 643가구 중 259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조합이 책정한 일반분양가(3.3㎡당 1850만원)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까지 받았지만 고양시는 인근 단지보다 너무 비싸다며 입주자모집 승인을 거부했다.
고양시는 조합 계획보다 3.3㎡당 242만원 낮은 1608만원으로 분양가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가격은 시가 별도로 한국감정원에 의뢰해 지난 6월 말 제출받은 '고양시 뉴타운 사업성 검증 용역' 결과 적정 분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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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조합원들은 HUG 분양보증까지 받은 가격에 대해 가격 통제권이 없는 지자체가 개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한다. 한 조합원은 "집값이 마이너스 행진 중인 고양시에서 분양가를 통제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중앙정부를 의식해 벌이는 정치적인 행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 요구대로 분양가가 242만원 낮아지면 가구당 분담금은 5000만~6000만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HUG 분양보증까지 받은 단지에 지자체가 개입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분양이 늦어질수록 사업비 지출 등 조합 측에 미치는 타격이 커지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례는 과거 2006년 초 천안시 '한화 꿈에그린' 분양가 갈등과 매우 유사하다. 천안시는 자체적으로 '분양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3.3㎡당 655만원 이하로 평균 일반분양가를 책정한 단지에만 입주자모집 승인을 내주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3.3㎡당 877만원으로 분양가를 책정했던 꿈에그린은 분양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에 꿈에그린 시행사였던 (주)드리미가 천안시를 상대로 '입주자모집공고안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당시 대전지법은 분양가를 낮추라는 천안시 행정지도를 '권한 남용'이라고 판시했다. 이후 대전고법 특별부 역시 "피고(천안시)가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며 공고안을 승인하지 않은 행위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면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입주자모집공고안을 승인 요청한 아파트는 주택법의 분양가상한제와 분양가 공시의무 적용을 받는 대상이 아니다"라며 "아파트의 사적 가치와 시장경제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순수 민영 아파트이기 때문에 자치단체가 분양가 인하를 명목으로 승인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해당 단
박일규 법무법인 조운 변호사는 "일반분양가는 시장 분위기를 고려해 사업 시행자인 조합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가격 통제권이 없는 행정청이 승인 권한을 이용해 가격을 통제하려 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는 권한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