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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2150선을 돌파하며 치고 올라가는 듯했던 코스피도 닷새 만에 2120선까지 떨어지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10영업일 연속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6영업일 동안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끌어올렸던 외국인은 7일 이후 계속 '팔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일에는 외국인 순매도가 33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9월 25일(순매도 3661억원) 이후 가장 큰 순매도 금액이다.
10영업일 동안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1조3500억여 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에서 6000억원 넘는 외국인 자금이 증시를 탈출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전체도 출렁이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 '스몰딜' 타결 소식이 전해진 후 코스피는 작은 '다운'은 있었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지난 1일에는 좀처럼 넘기 어려웠던 2100선도 돌파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긍정적 협상 발언이 있었던 15일에는 2160선까지 넘어서 2162.18로 마무리되며 증시가 연말 랠리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시장에 불안감이 돌면서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서자 코스피는 주저앉았다. 특히 20일 코스피는 2125.32로 마감해 하루 만에 1.3%가 빠졌다.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에 서명하지 않으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날린 영향이 컸다고 풀이된다. 미·중 무역협상이 제대로 타결되지 않으면 양국 수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미·중 무역협상 관련 주요 인사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증시를 좌지우지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수출주 대표 주자이자 한국 증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이날 2.8%나 주가가 떨어져 5만2000원으로 내려앉았고, SK하이닉스도 3.05% 하락해 종가 8만2700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날로 악화되는 홍콩 반정부 시위 상황이 홍콩이나 상하이는 물론 한국까지 아시아 증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의 또 한 가지 원인으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의 리밸런싱이 꼽힌다.
지난 7일 MSCI는 지수 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 A주 비중을 종전 15%에서 20%로 확대한다는 방안 외에 A주 중형주 편입 숫자를 크게 늘렸다. 기존에는 153개 종목이 추가돼 총 421개 종목이 A주로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될 예정이었다. 변경된 조정안에 따르면 새로 추가되는 A주 종목은 204개로 늘었고, 이 가운데 중형주가 189개를 차지한다. 편입 이후 MSCI 신흥시장 지수에 담길 중국 A주 종목은 총 472개까지 늘어난다. 분모 값이 커지면서 한국 비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MSCI 신흥국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은 한국에서 자금을 빼게 되면서 외국인들의 이탈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5월과 8월에 각각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A주 편입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일부 이탈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5월 약 2조5000억원, 8월 2조3000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MSCI 신흥지수 내 한국 비중 감소분 예상치보다 약 1.5배 이상 부담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