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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대 지수인 다우·S&P500·나스닥 지수의 지난 10년간 오름폭이다. 미국 증시가 펄펄 끓으면서 미국 3대 지수 장기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는 역대 최고 수준을 구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의 지난 10년간 상승폭은 1950년대 이후 가장 높다. 이 같은 독주에 해외 주식형 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의 자금도 북미 펀드로 쏠리고 있다. 미국 증시라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려는 경향은 지난달부터 이달 사이 본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얼어붙었던 위험자산 선호심리에 파란불이 켜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 펀드로 294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달 58억원이 들어온 데 이어 유입액이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같은 펀드자금 흐름은 일견 새삼스럽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자금이 쏠린 것이라면 투자금 유입은 미 증시가 크게 오른 올 초부터 나타났어야 한다. 그러나 올 들어 10월까지 미국 펀드 설정액은 매달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씩 빠져나갔다. 미국 증시가 오르는 와중에도 올해 내내 금·채권 등 안전자산으로만 기울던 투자자들이 최근 들어서야 미국 증시를 기웃거리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 방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구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각종 경기 선행지표들이 반등 조짐을 나타내자 글로벌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또 미국과 중국이 1차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그간 글로벌 증시를 휘둘러 왔던 관세전쟁 우려가 무게를 덜었다.
다만 아직 '리스크 온'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나지는 않은 만큼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돋보이는 미국 펀드에만 선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미국 증시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미국 주요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견조한 데다 경제 지표 역시 미국 경제의 개선세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야기했던 ISM 제조업지수의 신규 주문과 재고 지표가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짚었다.
미국 경기 성장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만약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증시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중단하고 인상 기조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미국 시장 일각에선 저금리 기조를 타고 덩치를 키우고 있는 CLO가 다음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바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주범이었던 부채담보증권(CDO)과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하 연구원은 "CLO가 실제 리스크로 변하기 위해서는 기업실적의 급격한 둔화와 그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이 첫 번째 전제 조건이고,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기업이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는 게 두 번째 전제 조건"이라며 "그러나 경기의 급격한 둔화와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CLO 부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한 기술주에 더해 금융주가 부상하며 미 증시 추가 상승에 힘을 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별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면 기술주 위주로 편입한 펀드 수익률이 선두를 달렸다. 한화ARIRANG미국나스닥기술주ETF, 미래에셋TIGER나스닥100ETF, 삼성KODEX합성-미국 바이오테크ETF 등 상품은 올 들어 40~50% 상승했다. 하 연구원은 "기술주에 이어 금융주가 또 다른 주도주로 추가되면 미 증시 전체로 봤을 때 상승 동력이 커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회의론도 적지 않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미 증시를 주도한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시장이 마냥 장밋빛이 아닌 만큼 언제라도 기술주를 시작으로 조정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