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불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
적극적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이 의결되자 상장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사 해임 요구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 없이 이사 해임 등 경영 개입이 국민연금 재량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적극적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 결정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기업 경영 개입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과도한 기업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상장협 주장이다.
상장협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쳐 경제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글로벌 경쟁과 산업구조 변화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업 경영권 보호가 절실한 시점에 정부가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기업을 옥죄는 시책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협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가 선량한 관리자 차원을 넘어 경영 간섭 행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정 기업의 자율성을 외면한 채 모호한 잣대와 재량적 판단에 의해 지속적으로 경영에 개입한다면 순수한 주주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장협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재량적·일방적 판단에 의한 주주 제안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단체들도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은 특히 "독립성이 취약한 현행 기금위 구조를 감안할 때 앞으로 정부는 물론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민간기업의 정관 변경, 이사 선·해임 등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은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고,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을 늘리면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가이드라인은 기업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이사 해임이나 집중투표제 도입 등에 대해 별도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가이드라인에 대한 남용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극적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에 대해 '국회 패싱'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상법 대신 가이드라인으로 국민연금
경영계는 국민연금에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 대신 수익성 제고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정승환 기자 / 최근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