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 음원차트 점령 `명과 암`>
가수 백지영이 2010년 드라마 OST로만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최근 몇 년간 드라마 OST는 가요제작자들의 효자종목이 됐다. 드라마의 흥행성적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드라마 OST는 침체된 가요계에 효자종목임에 분명하다. 특히 한류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OST를 타고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가수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OST의 차트점령 이면에는 가요계의 왜곡된 시장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한다.
<실력과 개성으로 승부 ‘흔치 않은 감성’>
가요시장에서 드라마 OST의 가장 큰 공헌은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대거 메이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방송된 MBC ‘파스타’의 경우 홍대 출신의 개성 강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파스타’는 에브리싱글데이의 ‘럭키데이’(Lucky day)를 비롯해 옥상달빛의 `옥상달빛`, 피아의 ‘오라클’ 같은 숨은 보석 같은 노래들이 드라마에 삽입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파스타’의 문성남 음악감독은 “작품의 느낌에 맞춰 개성 있는 색깔을 낼 수 있는 곡들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드라마에 삽입됐다”며 “기존의 소위 오버그라운드의 가수나 작곡가들의 감성과는 차별화된 음악적인 색깔은 다양한 캐릭터들의 감성을 전달해야 하는 드라마 OST에서 매우 유용한 소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무명’ 해외서는 ‘한류스타’>
국내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OST를 부른 가수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특히 이들 중에는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한류스타로 인정받는 경우까지 있다.
‘겨울연가’ OST 수록곡 ‘마이 메모리스’(My memory)를 부른 류의 경우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한류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 ‘못된 사랑’, ‘문희’, ‘게임의 여왕’, ‘내 인생의 황금기’, ‘스타의 연인’ 등 다수의 OST에 참여한 적우, ‘구미호 여우누이뎐’, ‘다모’, ‘그린로즈’, ‘내 이름은 김삼순’, ‘못된 사랑’, ‘제중원’ 등의 OST에 참여한 저스트 역시 국내 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일본에서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가수 중 하나다.
‘OST 전문가수’라는 수식어로도 더 유명한 간종욱은 “OST는 마케팅과 자본력에서 다소 부족한 가수들에게 단비 같은 영역이다. 특히 기본적인 유명세와는 무관하게 노래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은 가수에게 더 없이 기쁜 일이다”고 말했다.
<대형기획사 치열한 로비전과 압박>
OST는 드라마의 성패에 따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기도 한다. 이는 국내 음악시장이 음원시장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의 곡 단위 구입이 가능해진 까닭에 드라마 삽입곡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이 큰 시장을 대형기획사에서 가만히 둘리 없다. 최근 OST 시장은 상당 부분 대형기획사들이 독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획 단계부터 음반제작사와 드라마제작사가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경우는 이제 일반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고스란히 음악감독에게 압박으로 돌아온다. 최근 종영된 한 드라마 음악 감독은 “드라마의 시청률이 오르기 시작하면 제작사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다수의 기획사들에서 OST에 쓸 음원을 끊임없이 보내온다”며 “가끔은 드라마의 색깔과 잘 맞지 않아도 외부적인 요인에의해 드라마에 삽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블록버스터 드라마 OST의 경우는 ‘제작자가 곧 음악감독’이라고 할 만큼 OST 결정권의 상당수를 제작자가 쥐고 있다. 한 OST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에 갑작스럽게 삽입되는 OST들은 대부분 ‘윗선’을 통해 결정되는 경우다. 드라마가 커지면 커질수록 물밑 로비전이 치열해 진다”고 전했다.
<기획성 단발성…질적 하락 초래>
드라마에 제작사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 시작하고 음원 하나로 큰 수익이 가능하게 되면서 드라마 OST의 전체적인 질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까닭에 저렴하게 음원을 제작해 드라마에 삽입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상황.
특히 드라마 OST는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적 고집보다는 아니라 드라마에 맞춰 제작되는 만큼 음악 자체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다 설명이다.
전해성 작곡가는 “과거 OST들이 드라마의 전체 콘셉트에 따라 제작됐다면 최근 드라마 OST는 단순한 컴필레이션 음반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나온다. 전해성 작곡가는 “노래가 드라마, 예능에 기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회의주의가 팽배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음악이 대중음악의 주변부로 밀려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