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면 도심을 벗어나 여행 떠나시는 분들 많은데요.
즐거움도 잠시죠, 꽉 막힌 도로에서 괜히 운전대에 화풀이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럴 때 막힐 일 없는 기차 여행 어떠세요?
중부내륙 백두대간 오지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관광열차가 요즘 인기라고 합니다.
이정석 기자가 안내합니다.
【 기자 】
다람쥐 열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중부내륙 순환열차, O-트레인을 타고 여행은 시작됩니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차창 밖으로 푸른 풍경이 쉴 새 없이 흘러갑니다.
기차여행의 백미, 도시락도 빼먹을 순 없습니다.
중부내륙 순환열차는 청량리역과 원주를 지나 제천에 다다른 뒤 영주와 봉화, 태백, 영월 등 백두대간 오지마을을 거쳐 다시 제천으로 돌아옵니다.
차로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를 편안하고 안전하게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모두 4량, 205석으로 구성된 중부내륙 순환열차는 백두대간의 사계절을 형상화했고, 커플룸과 패밀리룸, 카페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유아놀이방에는 기차여행이 지루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꼬마 자동차와 목마도 마련돼 있습니다.
시속 130km로 시원하게 내달리는 기차는 도심의 찌든 때를 떨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관광버스 여행에서 흔히 듣게 되는 전통가요, 이른바 뽕짝 대신 기차여행에선 스위스 요들송이 흘러나옵니다.
마치 스위스의 빙하특급 관광열차를 탄 듯 이국적인 분위기에 여행의 설렘은 더욱 커집니다.
이제 협곡열차로 갈아탈 차례.
아기 호랑이를 닮은 백두대간 협곡열차, V-트레인은 분천역과 철암 사이 27.7km를 하루 3번 왕복합니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라는 백두대간 협곡구간을 덜컹거리며 사람들을 실어나릅니다.
시원하게 뚫린 차창 밖으로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이 느릿느릿 지나갑니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사람들도 어느덧 여유와 느긋함이 익숙해진 눈치입니다.
▶ 인터뷰 : 김명자 / 서울시 강남구
- "부석사하고 오지마을에 들어갔다가 분천역에서 타고 왔어요. 일상생활도 잊어버리고 친구들과 오니까 매우 좋아요."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시발점인 경북 봉화군 분천역.
1956년 영업을 시작해 한때 금강송 수송의 주요 역으로 북적였지만, 관련 산업이 쇠퇴하면서 하루 20여 명 정도만 찾는 잊힌 역이 됐습니다.
하지만, 중부내륙 순환열차의 환승역이 되면서 주말이면 1천여 명이 찾는 관광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또 다른 오지역인 양원역.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기차역으로 장난감 같은 대합실 옆으로는 낙동강과 기찻길이 나란히 달립니다.
추억의 화장실도 오랜 시간 제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자연이 키운 싱싱한 채소를 좌판에 벌렸습니다.
▶ 인터뷰 : 정창영 / 코레일 사장
- "보존하는 것이 바로 최상의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상태로 보존하고 환경을 가꾸는 것만이 이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꼭 한 번 와주십시오."
분천역에선 카쉐어링을 이용해 주변지역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고즈넉한 시골길을 달리다 지나가는 열차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을 보며 한껏 여유를 부려봅니다.
역을 벗어나면 백두대간의 속살을 만질 수 있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도 마련돼 있습니다.
특히, 분천역과 스위스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조성된 하이킹 코스는 흙길과 숲길, 물길, 기찻길이 한데 어우러졌습니다.
하이킹 초반 다소 가파른 언덕을 지나면 낙동강을 낀 시골길이 여행객들을 반깁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길이지만, 오지인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정겹습니다.
▶ 인터뷰 : 요르그 알로이스 레딩 / 주한 스위스 대사
- "한국은 스위스처럼 사계절이 있어 좋습니다. 아름다운 가을과 추운 겨울도 있고, 스키를 즐길 수도 있고요."
힘차게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는 길.
저 멀리 기적 소리가 가까워지고 협곡열차가 철교 위를 유유히 지나갑니다.
기찻길과 함께하는 길은 여느 길에서 느낄 수 없는 볼거리와 한적함을 만끽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입니다.
MBN 뉴스 이정석입니다. [ljs730221@naver.com]
영상취재 : 이정석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