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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립극장에서 만난 그는"하루 일과 중 강렬했던 대목과 내일 어떻게 살지, 어제는 어떻게 살았나 등을 생각하면서 시를 쓴다”며"거창한 시는 아니고 일기 대신 쓴다”고 말했다.
이 진지한 청년이 드라마'미생' 장백기 역으로 스타가 된 후 무대로 돌아왔다. 연극'해롤드&모드'에서 배우 박정자(73)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세상을 사랑하는 80세 할머니 모드와 우정을 나누는 19세 소년 해롤드 역이다. 2006년 연극'천상시계'로 데뷔해 뮤지컬'쓰릴미''왕세자 실종사건'어쌔신'블랙메리포핀스'등에서 활약해왔다. 대중에게는 드라마'엔젤아이즈'와 '상속자'로 친숙해졌다. 하지만 그에게 유명세를 가져다준 카메라보다 무대가 더 좋다고 했다.
"사각형 안(TV)에 있는 것보다 사각형 위(무대)에 있는게 더 좋아요. 처음 시작도 무대였고 거기서 정말 많이 깨지고 울었어요. 너무 연기를 못해 의자와 재털이가 날라왔죠. 그래도 정이 많이 쌓였어요.”
연기 못한다는 소리가 죽도록 싫었다는 그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의 빛을 뺏는 조연으로 입지를 넓혔다. 무대 연기 경험이 도움이 됐을까.
"연기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어요. 매체나 무대나 마찬가지에요. 어떤 작품을 하든 배워나가는 것은 분명 있어요.”
연극과 뮤지컬이 주인공을 맡겨서 더 좋은 것은 아닐까. 그는"뮤지컬도 주연 조연 따지지 않고 좋은 작품이냐만 가렸다”고 답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역할은 없어요. 생각도 작고 깊이도 작은 사람이 되기 싫었어요. 좋은 작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죠. 지금까지 했던 모든 역할이 제게는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인생의 주인공요.”
'역할에 미안하지 말자.'원칙이 분명한 그는 PD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미생'에서 반 무테 안경과 2:8 가르마 머리 스타일을 고집해 차가운 도시남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장백기가 강하늘이었어'라는 소리를 들었다.
"웹툰처럼 검은 뿔테 안경을 쓰면 고등학생 같아 보이거든요. 제가 직접 머리 스타일과 안경을 골랐어요. 나이들어 보인다고 반대가 심했죠. 감독님과 싸워서 이겨내야 장백기에게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 고집을 부렸어요.”
연극 무대에서도 그의 에너지는 넘친다. 연극계 대모 박정자에게 기 죽지 않고 자살놀이를 즐기는 반항아 해롤드를 자유롭게 연기하고 있다.
"정말 빈 틈이 없는 선생님이에요. 물 흐르듯이 탁 탁 쳐내면서 리액션을 하죠. 연세가 지긋한데도 불구하고 젊음을 유지하는 이유는 디테일에 집착하는 치열함에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배우고 싶어요.”
해롤드는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드에게 동화되어 사랑을 느낀다. 급기야 청혼을 하고 키스를 한다.
"사랑보다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에요. 선생님 역할이 굉장히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80세 할머니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어요. 공연을 본 제 친구들도 저런 분이면 정말 사랑하겠다고 하더군요.”
배울게 있다면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그는 양정웅 연출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저랑 제일 잘 맞는 연출가에요. 기본만 알려주고 나머지는 제가 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세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 배우는"좋은 연기자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공연은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02)6925-5600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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