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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 |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임명됐다. 예술행정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교편을 잡기 전에 14년 동안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기획·제작, 운영팀장, 경영지원팀장으로 일했다.
안정된 교수직을 버리고 공연장으로 돌아온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신임 사장(53)은 “학생들에게 예술 현장과 거리를 좁히라고 가르쳤다. 예술경영은 현장에 바탕을 두지 않으면 의미 없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들어 관객의 관심을 끌지 못한 위기의 세종문화회관에 ‘구원 투수’로 왔다. 서울시무용단과 서울시오페라단, 서울시극단, 서울시합창단, 서울시뮤지컬단 등 9개 산하 예술단체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지 초미 관심사다. 예술의전당 재직 시절에 클래식 음악과 무용, 연극 등 다양한 공연 장르 기획을 담당했기에 기대가 크다.
“제 임기(3년) 동안 빛나는 성과는 나올 것 같지는 않아요. 묘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변화는 천천히 일어나야죠. 다음 사장이 승리를 챙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부 안정 후 이미지를 변화시켜 ‘예술 명소’로 만들고 싶어요.”
9개 예술단체가 직면한 경영 환경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연간 사업 예산이 2억원에 불과한 예술단도 있고, 지난 6년 동안 신입 단원을 뽑지 못한 단체도 있다.
“9개 예술단이 약점일 수도 강점일 수도 있어요. 파지티브(긍정적) 혁신을 해보고 싶어요. 활동량을 늘리고 젊은 예술가를 수혈해야죠. 사업비 규모가 민망할 정도로 적어 공연이 위축되어 있지만 예술단의 장점을 최대한 자극해보려 합니다.”
그동안 세종문화회관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뭘까. 거쳐간 경영자들이 의욕을 보였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1978년 개관 후 1999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했어요. 그 후 지금까지 공연 예술시장이 급팽창했죠. 가만히 있으면 약해지는 겁니다. 특별히 잘 못하는 것 없어도 적절한 화이팅을 보여주지 못했죠.”
지난 2월 취임 후 고심한 세종문화회관의 비전과 4대 전략을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했다. 비전은 ‘시민이 자랑하고 싶은 예술명소’. 4대 전략은▲최고의 공연과 전시가 이루어지는 예술공간▲창작 작품 개발과 시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예술생태계 조성▲언제나 열려있는 ‘오픈하우스(OPENhouse) 36
그는 “세종문화회관 브랜드 가치를 높여 명실상부한 ‘예술 명가’ 재건의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 관객과 소통하지 않으면 어떤 비전과 전략도 의미가 없다”며 포부를 밝혔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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