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첼리스트 문태국 사진 |
최근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1위가 발표되는 순간에 실감이 안 나서 표정이 얼어있었다. 얼떨결에 상을 받았다”며 무덤덤하게 영광의 순간을 기억했다.
평소에도 좀 무뚝뚝하다. 표정이 잘 읽히지 않는다. 그런 그의 감정을 담아내는 도구가 바로 첼로다.
“첼로가 제 감정의 모니터에요. 평소에 자제하거나 숨기는 것을 다 표현해요. 첼로는 인간적인 악기라서 제 마음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어요. 아버지 같은 소리가 나죠. 무뚝뚝한 듯 싶지만 섬세하고 웅장해서 기댈 수 있어요. 물론 저희 아버지는 아니고 대중적인 아버지요.”
그의 부친은 클라리넷 연주자였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다. 음악가 집안이라 아들의 재능을 일찍 발견할 수 있었다. 3세에 피아노로 음악 기초를 다진 후 4세에 처음 첼로를 잡았다.
첼리스트 요요마와 미샤 마이스키 연주 소리를 좋아하던 꼬마와 악기의 궁합은 잘 맞았다. 지금까지 큰 부상 없이 악기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좋은 선생님들에게 기본기를 잘 배운 덕분에 크게 아픈 적은 없었어요. 다만 초등학교 5학년 때 콩쿠르 이틀전에 교회에서 놀다가 넘어져 손가락 인대가 찢어진 적은 있어요. 그래도 2등을 수상했어요. 저한테는 첼로 밖에 없고 갈수록 책임감이 생겨요.”
국내에서 첼리스트 양영림에게 배운 그는 뉴욕 줄리어드 음악원 예비학교를 거쳐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로랜스 레서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2005년부터 받아온 성정문화재단 장학금이 그의 재능에 날개를 달아줬다. 2011년 프랑스 앙드레 나비라 국제 첼로 콩쿠르 1위를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큰 대회에서 잇단 우승을 거머진 문씨는 “콩쿠르 수상이 나를 단단한 연주자로 만들어줬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을 주니까”라고 말했다.
세계를 매료시킨 그의 연주를 국내 무대에서 들을 수 있다. 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슈만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결선 때 연주곡이다.
문씨는 “젖 먹던 힘까지 내서 연주했던 곡이다. 음정 실수도 있었지만 기대 만큼 연주했다”고 했다.
“슈만 협주곡은 테크닉과 음악성을 자연스럽게 배합하는 과정이 힘들어요. 뭔가 꼬여 있고 이중적이에요. 슈만이 정신 질환을 앓아서인지 다중 인격적인 면이 있죠. 굉장히 낭만
차세대 첼리스트로 주목받는 그는 “매번 새로운 연주를 하고 내가 받은 만큼 세상에 돌려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선배 음악가들이 “항상 성숙한 연주를 들려주는 첼리스트”라고 칭찬하니 그의 출발은 순조롭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