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이하 ‘히키코모리’)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립된 채 집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이들이, 자신을 뛰어넘고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히키코모리는 1970년부터 일본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사회현상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을 뜻한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도 영화 ‘김씨 표류기’ ‘마스크맨’ 등을 통해 히키코모리라는 소재로 사회의 단면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극 ‘히키코모리’ 초연은 2003년 일본에서 올랐으며, 한국에서는 약 12년 만에 오르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국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인물에 자신을 투영할 만큼 현실적이다. 때문에 무대에 오르는 인물은 적지 않으나, 한 사람과 그들의 관계에 대해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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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두산아트센터 |
히키코모리인 아들 타로를 상담하기 위해, 카나코(황정민 분)와 키요시(윤상화 분)는 출장사무실 상담소를 찾아 상담사 토미오와 쿠로키(강지은 분)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토미오는 자신의 타로를 만나러 가지만, 결국 구타를 당한다.
머리를 산발한 채 모습을 드러낸 타로는 자신을 몰라보는 부모를 향해 소리를 치며 “혼자 밥을 먹는 데 들여다 본 적 있는가. 어떻게 자식의 얼굴을 몰라볼 수 있는가”라고 절규하고, 카나코와 키요시는 공포감이 가득한 눈으로 타로를 바라본다.
이어, 쿠로키는 토미오에게 카즈오를 소개한다. 쿠로키는 쓰레기 더미에 쌓인 카즈오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하며, 다소 사회생활이 가능한 현재 모습을 전해 히키코모리가 밖으로 나올 수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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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두산아트센터 |
‘히키코모리’속 인물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담는 내용도 많을 뿐 아니라, 곱씹어볼 함축된 의미로 관객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자칫 어수선한 느낌과 헷갈리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배우들의 호연과 단순하면서도 활용성이 좋은 무대는 이를 보기 좋게 채웠다.
우선 부모에 대한 원망을 분노로 표출하는 김동원, 밖으로 나왔을 때의 공포감과, 히키코모리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최광일과 어쩔 수밖에 없는 결정을 해야 했던 카즈오 역의 이남희는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는 인물에 투영할 수 있게 했다.
또, 일본 다다미를 연상케 하는 단순한 무대는 여닫이문의 활용을 통해 다양한 장소로 구현됐고, 타자치는 소리와 함께 장소를 나타나는 무대 위 영상은 공간의 협소함을 오해할 수 있는 관객들에게 친절한 설명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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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두산아트센터 |
소통이 끊기고 자신에 부모에게 소리를 치는 타로, 쓰레기 더미에서 있지만 그 쓰레기 중 일부를 떼어내려고 하면 소리를 지르는 카즈오, 덩치 큰 이들이 등장하는 레스링을 통해 쾌감을 느끼는 토미오와 실직을 당한 뒤 컴컴한 밤거리를 거닐며 힘들어 하는 키요시, 피라미드를 거꾸로 든 채 “이 많은 노인을 부양하려니 아이들이 돌아버리지”라고 구시렁대는 기숙생(배수백 등)의 모습이 그런 셈이다.
또, 쓰레기 더미 속에서 “세상과 어우러지는 연습 중입니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마친 카즈오가 “밖에 나가면 과연 행복할까요”라고 읊조리는 모습은 히키코모리가 집안에만 틀어박힌 것이 아닌 마음의 방안에 갇힌 것을, 사회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됐음을 나타낸다.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 아닌, 그들만의 선택에 무게 중심을 더한 결말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히키코모리가 단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내 속내’이기 때문이다.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는 이남희, 강지은, 배수백, 김혜강, 황정민, 윤상화, 최광일, 김동원, 심재현이 출연하며 ‘두산인문극장 2015: 예외(例外)’ 작품 중 하나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