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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크눌프 출판사의 ‘데미안’이 문학동네·민음사의 번역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서점가에 표절을 둘러싼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16일 시인 겸 소설가 이응준(45)은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이라는 글을 올려 신경숙의 표절의혹을 직설적으로 제기했다.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년 국내 출간)의 일부 문단을 고스란히 배꼈다는 주장이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우국’ 233쪽)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전설’ 240-241쪽)
이응준은 이 두 문단을 비교하며 신 씨가 시인 김후란이 번역한 독자적 문장을 그대로 배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 넣어 위장”했다면서 “순수문학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인 것”이라고 썼다. 그는 1990년대 일었던 신경숙의 ‘딸기밭’,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 일었던 표절시비까지 거론하며 한국문학의 ‘치명적인 상처’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신작 집필차 해외에 체류중인 신경숙 작가는 “(미시마 유키오가)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17일 입장을 밝혔다. 1999년에 신 씨는 ‘딸기밭’의 표절의혹이 제기된 언론에 직접 기고를 통해 의혹을 반박한 바 있다.
‘전설’이 수록된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과 최대 히트작 ‘엄마를 부탁해’를 출간한 출판사 창비는 17일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표절주장을 반박했다. ‘우국’은 성애묘사가 두드러지는 남성주의적인 판타지인 반면, ‘전설’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 또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다. 선남선녀의 결혼과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크눌프 출판사의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 세트도서의 자사 번역판 표절 의혹과 관련해 문학동네는 17일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 다른 표절 의혹 피해 당사자인 민음사 측도 별건의 고소장 제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학동네는 지난 10일 자사의 네이버카페 게시판에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의 국내 판본인 민음사와 문학동네, 크눌프판을 각각 비교하는 글을 올려 표절 의혹을 공식 제기하며,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 출간된 크눌프 판본은 현재 KBS 금토드라마 ‘프로듀사’ 테마소설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판매되고 있다. 이 책은 ‘한류스타’ 김수현과 아이유가 서로의 감정을 ‘데미안’의 문장을 통해 전달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주간 베스트셀러 10위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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