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데스노트’는 잘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2%의 부족함이 짙은 아쉬운 맛을 남기는 작품이다.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지면 장내에는 칠흑 같은 어두움이 깔린다. 그런 어두움을 깨는 것은 40초부터 카운트다운이 들어가는 스크린이다. 40초의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무대 위 암흑은 사라지고, ‘법과 정의’에 대해 논하는 한 고등학교의 수업 풍경을 보여준다. 정의를 위해서 법이 필요하다는 교사의 말에 한 소년은 “법과 정의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 아니냐”고 반박한다. 그 소년의 이름은 라이토(홍광호 분). ‘데스노트’는 ‘정의는 어디에’를 외치는 라이토를 연기하는 홍광호와 그에 대해 설명하는 교사, 그리고 앙상블들의 웅장한 합창으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동명의 일본만화 ‘데스노트’를 원작으로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해진 사신 류크는 고의적으로 인간세계에 ‘데스노트’를 떨어뜨리고, 이를 천재 고교생 야가미 라이토가 줍게 된다. 이름이 적히면 40초 안에 죽는 데스노트를 손에 넣은 라이토는 이를 이용해 법이 처단하지 못하는 악인을 처단하면서 그 스스로가 키라 라는 이름의 ‘사신’이 되고, 키라의 존재가 사회적으로 부각되자 이를 막기 위해 명탐정 엘(김준수 분)이 등장하며 치열한 두뇌싸움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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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씨제스 컬쳐 |
원작이 된 ‘데스노트’는 일본 만화가 오바타 다케시의 작품으로, 일본에서만 누적 발행 3000만부를 기록하고 전 세계 35개국에 번역·출간될 정도로 단단한 팬층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일본 영화로도 여러 번 제작돼 인기를 끌기도 했으며, 오늘 7월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수많은 2차 창작물을 탄생시킬 정도로 ‘데스노트’는 원작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작품이다.
‘데스노트’의 면면은 화려하다. 일단 뮤지컬계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홍광호와 김준수의 만남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데스노트’는 실력파 배우 정선아와 사신으로 변한 박혜나, 강홍석 등 그야말로 ‘뮤지컬 드림팀’을 이루는데 성공하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이루고 있다. 넘버 또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세계적 작곡가로 꼽하는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했으며, 일본 최고의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맡았다. 이는 이른바 최고와 최고의 만남이 이뤄지면서 그야말로 ‘실패할 수 없는’ 완벽한 환경이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높은 싱크로율을 이끌어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무대화’만 놓고 평한다면 완성도는 50%에 불과하다. 점수가 박한 것이 아니다. ‘데스노트’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무대연출이기 때문이다. 극중 무대 활용은 없다고 할 정도로 심플하고, 배우들은 이에 맞게 연기를 펼친다. 문제는 ‘데스노트’가 공연되는 성남아트센터가 1,854석 규모의 대극장인데, 정작 극도로 절제된 ‘데스노트’의 공간 활용법은 대극장보다는 소극장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성남아트센터의 대극장 무대가 효율적으로 활용된 것은 사신인 렘(박혜나 분)과 류크(강홍석 분)가 등장할 때뿐이다. 무대구성의 독특한 구성 중 하나가 하얀색 LED 바닥으로 꾸며진 무대가 오케스트라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렘과 류크는 오케스트라에서 LED 무대 위로 올라오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인간 세상과 신의 세계가 구분된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다만 그 뿐이다. 이후 류크와 렘이 인간세상에서 내려와 활동하는 만큼 이 같은 무대 효과는 더 이상 활용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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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씨제스 컬쳐 |
후반부로 갈수록 라이토와 엘의 두되 싸움에 대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또한 아쉽다. 원작만화였던 ‘데스노트’가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이유는 라이토와 엘, 두 천재 고교생의 두뇌싸움이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키라라는 것을 감추려는 라이토와, 그런 라이토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엘의 대결은 긴장감 넘치는 추리를 선보이며 많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초반 나름 긴장감을 자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반부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려 하다 보니 결국 가장 중요한 라이토와 엘의 대립을 놓치고 말았다. 테니스 경기를 통한 라이토와 엘의 신경전을 다루는 넘버 ‘놈의 마음속으로’는 넘버 자체로는 매력적이지만, 이 한곡으로 이들의 추리싸움을 모두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데스노트’가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칭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배우들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원캐스팅 배우들로 모인 ‘데스노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며 듣는 귀를 황홀하게 한다. 특히 홍광호와 김준수의 듀엣곡인 ‘놈의 마음속으로’는 클레식한 홍광호의 가창과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의 김준수의 가창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폭발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두 사신을 연기하는 강홍석과 박혜나의 연기 대립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류크 역을 연기하는 강홍석이 능청스러운 코믹함을 이끌어 내는 반면, 박혜나의 경우 미사의 사랑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랑을 보여주면서 짠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편 당초 오는 8월9일까지였던 공연이 예정됐던 ‘데스노트’는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같은 달 15일까지 5회 연장됐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