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잘 만들어진 연극에 ‘장소’가 덧붙여지면서 공연계는 조금 더 풍성해졌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중동호습기증후군(메르스)의 악재를 정면으로 맞으면서 작품을 무대 위로 올리기 어려워졌던 중소극단 으랏차차스토리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사라져 가는 우수 작품을 개발해, 보다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하는 취지의 ‘위드 수현재’의 두 번째 작품으로 선정된 것이다.
‘위드 수현재’를 통해 수현재컴퍼니와 공동제작의 기회 뿐 아니라, 수현재씨어터라는 장소를 무료로 사용하게 된 으랏차차스토리는 여러 차례 공연되면서 사랑을 받았던 ‘형제의 밤’을 재정비해 지난 22일부터 오는 8월2일까지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100석 남짓의 소극장 키작은소나무에서 225석의 수현재씨어터로 규모를 확장시킨 만큼 ‘형제의 밤’은 그 규모가 2배 이상 커진 만큼 한층 안정적이면서 완성도 높은 연출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소극장 연극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여전했다.
‘형제의 밤’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부모님의 상을 치르는 수동과 연소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을 알린다. 수동과 연소는 부모님의 재혼으로 하루아침에 친구에서 형제로 묶인 사이다. 13년을 가족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사이로 시간을 보냈던 두 사람은 서로를 묶어주던 교집합이 사라지면서 속에 담아두었던 갈등을 한꺼번에 폭발시킨다.
몇 안 되는 유산의 소유권을 놓고 서로 자신의 것이라고 싸우던 수동과 연소는, 우연히 부모님이 남긴 오래된 샴쌍둥이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 의문의 샴쌍둥이 그림을 통해 이들은 부모님이 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일 뿐 아니라, 자식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비밀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수동과 연소,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는 2인극 ‘형제의 밤’의 매력은 무대를 꽉 채울 정도로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있다. 무대 위에서 반짝이는 물의 존재가 눈물인지, 침인지, 아니면 땀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혼신을 다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어느새 무대를 가득 채운다. 사소한 것까지 시비를 걸며 싸우는 수동과 연소의 모습은 유치하면서도 너무나 보편적인 형제의 모습이어서, 이를 보는 관객들은 그만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사실 ‘형제의 밤’은 ‘위드 수현재’로 다시 재연되기 전 재미와 메시지를 동시에 던져주는 연극이라는 입소문을 타며 나름 호평을 받았던 수작이었다. 2013년 4월 첫 공연을 ‘형제의 밤’은 이후로도 높은 객석점유율을 자랑하며 여러 차례 재연돼 왔다. ‘형제의 밤’의 성공 이후 으랏차차스토리는 2014년 4월9일 콘서트뮤지컬 ‘청춘밴드’를 선보이게 된다. ‘청춘밴드’를 향한 관객들의 평가 역시 나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터지기 전까지 말이다. 뜻하지 않은 비극으로 공연을 일주일 만에 접게 된 으랏차차스토리는 1년이라는 시간동안 그간의 타격을 추스르고 올해 6월2일 ‘형제의 밤’을 다시 올린다. 하지만 이마저도 메르스 감염으로 인해 2주 만에 막을 내리면서 크게 흔들리게 된다.
자칫 대학로에서 사라질 수 있었던 ‘형제의 밤’과 으랏차차 극단에 힘을 불어넣은 것은 ‘위드 수현재’를 덕분이었다. 잘 만들어진 연극에 장소와 수현재컴퍼니의 홍보까지 더해지니 풍전등화는 다시 불타오르게 됐다.
‘형제의 밤’의 연출자이자 배우이자 으랏차차스토리의 조선형 대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제 통장에 마이너스가 됐고 메르스 사건이 터지면서 너무나 힘들었다”며 “이번에 국가에서 메르스 지원 사업을 비롯해 많은 지원 사업들이 준비돼 있다고 들었다. 저희보다 더 어려운 극단들이 많다. 정말 필요한 곳에 지원이 골고루 배분이 돼서 좋은 작품을 끌어낼 수 있길 바란다. 투명하고 건강한 대학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수현재컴퍼니 관계자는 “작년에 ‘위드 수현재’의 첫 번재 작품이었던 ‘더 로스트’ 이후 1년 만에 ‘위드 수현재’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어쩌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 텀이 생겼는데, 선정하는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더 로스트’와 ‘형제의 밤’의 지원형태가 서로 다른 것처럼 ‘위드 수현재’는 선정된 작품과 집단에 가장 필요한 부분을 도와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