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세계는 넓고 그만큼 각기 다른 개성과 문화다양성을 보여주지만, 적어도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만큼은 적용되지 않은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최근 국내 대형 창작 뮤지컬들의 제작 빈도와 비중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 뮤지컬 시장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 기대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은 크게 두 나라의 영향을 받고 있다. 체코·오스트리아 뮤지컬과 프랑스 뮤지컬이 최근 인기를 얻으면서 신흥세력으로 부상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있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영국의 웨스트엔드 뮤지컬과, 미국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늘날과 같은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구조를 구축한데는, 2001년 한국 초연무대를 올렸던 ‘오페라의 유령’의 영향력이 크다. 장기 라이선스 공연으로 유례없는 큰 성공을 거뒀던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 뮤지컬 시장을 두 배 이상 수준으로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뮤지컬 산업화’를 촉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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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으로 각종 뮤지컬 프로덕션이 생겨났으며, 장기 라이선스 공연은 급속하게 팽창했고, 뮤지컬 제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화제작과 신작들이 경쟁적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열을 올렸는지, 2005년 무렵에는 미국과 영국의 웬만한 화제작들은 국내에 소개되면서 국내에 들어올만한 작품이 없을 정도까지 이르렀으며, 심지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신작이 국내에 함께 공연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럽 뮤지컬들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 즈음부터였다.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지칠 찰나, 감성과 드라마틱한 음악이 강점인 유럽 뮤지컬들이 등장한 것이다. ‘노르트담 드 파리’와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프랑스 뮤지컬과 오스트리아 뮤지컬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이 큰 인기를 거두면서 국내 뮤지컬 시장에 또 다른 세력을 형성해 나갔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 이후 2014년 세월호 참사로 공연계가 타격을 입기전까지 국내 뮤지컬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발전을 거듭해 왔다. 물론 눈에 보이는 양적 성장이 아닌 내부적으로 발전을 이뤘느냐 여부는 여전히 계속 논의되고 있는 중이지만, 한국 뮤지컬 시장이 세계 뮤지컬 시장과 견주었을 때 경쟁력이 있을 뿐 아니라, 차기 한류열풍의 주역이 될 것으로 보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과거에 비해 작품의 다양성이 이뤄지면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창작뮤지컬의 비율도 늘었으며,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뮤지컬을 중심으로 무대화를 시켰던 것과는 달리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즉 유럽 라이선스 뮤지컬의 비중도 커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나치게 주류 국가의 라이선스 뮤지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여전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15년 무대 위로 올라온 라이선스 뮤지컬을 살펴보면, 일본 뮤지컬인 ‘데스노트’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위 의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세계는 넓고 문화는 다양한데, 일부 국가로 한정된 국내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의 다국화가 이뤄지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일까.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