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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불 |
글로벌 미술계에서 종횡무진하는 그가 국내서 5년만에 신작 개인전을 연다. 무대는 소속화랑 PKM갤러리가 새로 둥지를 튼 서울 삼청동이다. 전세계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은 그에게는 갤러리 공간이 다소 좁아 보인다.
“한가지 방향으로만 작업하다 보니 점점 웅변조가 되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반대로 작게 들어가보자고 한 것이죠. 무겁고 슬픈 것도 작아지면 우스워지기 마련인데, 그 본연의 힘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어요.”
전시장에는 천정에 매달린 펜던트등 모양의 설치물과 깨진 거울, 드로잉 등 신작 30여점이 놓여 있다. ‘인피티니’ 시리즈의 중소 규모 신작이다. 20여년만에 과감하게 색깔을 쓴 점, 다양한 재료와 LED를 통해 무한팽창하는 이미지를 구축한 점이 눈에 띈다. 재료의 대중화와 희화화도 그의 신작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된다. 이번 신작에선 플라스틱과 보석, 공업용재료, 크리스탈 등이 혼재돼 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재료의 의미가 퇴색돼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받은 것들이다. 올망졸망한 작품에선 그가 간만에 조근조근하게 얘기하고 싶다던 바람이 전해진다. 파편화된 거울은 모든 인간의 상황과 조건을 새롭게 바라보길 요구한다. 이동하는 순간순간 우리의 자아와 모습은 시시각각 변한다.
“거울은 예술의 영원한 주제지요. 소설이나 시에서도 많이 다뤄졌구요. 아마도 인간의 심리와 관련이 돼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해 대면하게 하니까.”
30여년간 작업의 중심에는 늘 ‘자아’가 자리잡고 있다.
“근대에 발견된 ‘자아’라는 것이 어떻게 작동하고 사회적 비전이 어떻게 실패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형태로 시도되는가를 보여주는 게 제 작업의 화두예요. 서사가 불가능한 시대 한 개인으로서 거대한 서사를 보여주는 아이러니함도 제 작업에 있지요.”
한때 맹렬하게 사회적 부조리와 기존 시스템에 반기를 들었던 그다.
“예술이 저에게는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예술로 밥을 벌어먹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힘이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치유였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지만 말은 하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면 너무 계몽적이 되니까, 예술이 아니라 약이 되니까.”
50줄에 접어든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나 타협할 수 없는 한가지가 바로 작업이자, 그것에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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